대형 유통기업에 대한 규제 정책을 놓고 소비자들과 지역 사회가 최근 들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골목상권 보호 차원에서 추진된 규제 정책에 소비자 목소리가 완전히 배제됐다는 불만에서다. 판매자 이해관계와 정치논리로 입안된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가 소비위축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지역상인도 "유통규제 효과 글쎄"…대형마트 휴업일 조정 속속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 223여개 지방자치단체 중 26곳이 소비자 및 지역상인 등 관계자 협의를 거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조정했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매달 공휴일 중 이틀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해당사자 합의가 있을 경우 지자체는 공휴일 외의 날을 의무휴업일로 정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일부 지자체가 예외조항을 근거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조정한 것은 소비자 편익 제고와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2014년 의무휴업일을 매월 둘째·넷째주 수요일로 정한 김포시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업으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자 영업제한 시기를 조정했다. 일요일에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마트 휴업 이후 인근 일산에서 쇼핑을 하고 돌아온다는 점도 영업제한일 변경의 원인이 됐다.

대형마트 휴업 여파로 소비자들이 다른 곳에서 돈을 쓰자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에는 충남 당진시가 대형마트의 휴무일을 매월 둘째·넷째주 수요일로 조정했다. 상생발전협의회에서 지역상인들은 대형마트가 일요일에 문을 닫아도 손님이 크게 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손님 자체가 줄어든 영향으로 시장방문 고객이 많은 평일에 대형마트가 양보하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업으로 장보기에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 불만도 반영됐다.

◇ 유통규제법만 20여개 발의, "소비자 편익·상권 이해관계 배제"

이처럼 지자체들이 소비자 편익과 지역상인 의견을 반영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조정하고 있는데 반해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정치논리에 따른 이분법적인 규제 정책이 자칫 소비위축 및 유통업계 고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그동안 시행된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제한 정책이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도 업계가 연이은 규제정책 추진을 경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를 앞둔 유통규제 관련 법안만 20여개 이상이다. 이들 법안은 대부분 △공휴일 의무휴업 월 4회 확대 △백화점·면세점에 대한 영업규제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 규제 법안은 대형마트 및 대기업 슈퍼마켓에 대한 영업제한을 강화하면 전통시장이 살아난다는 논리에 근거해 발의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규제가 골목상권 활성화로 이어졌다는 증거가 없다"며 "장보기에 불편을 겪는 소비자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 지역상권이 위축되는 부정적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책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의무휴업일을 조정한 지자체 상당수는 전통시장이 밀집한 중소 도시들이다. 이는 마트 규제에 따른 소비위축이 골목상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고도 해석 가능하다. 규제 방안에 소비자 편익과 상권 이해관계가 배제된 결과 지역경제 및 골목상권이 오히려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관계자는 "정책 대상인 지역상인과 대형마트, 소비자가 한 자리에 모여 먼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의 공론화가 이뤄지면 골목상권 물품을 마트가 매입·판매하거나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에게 마트 주차장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상생방안 모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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