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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유린당한 위안부들의 영혼, 미술언어로 어루만지다세마 창고 '다시, 꽃을 보다: 전쟁 그리고 여성들'전
김은영 '소녀를 위하여', Oil & pigment on canvas, 41×32㎝, 2013


허리 굽은 할머니가 길을 걸어간다. 거침없는 발걸음 앞에 포탄이 쏟아지는가 하면, 개미 형상을 한 요괴들이 희롱을 퍼붓기도 한다. 힘겹게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를 맞이하는 건 앞마당 닭이다. 왠일인지 할머니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달걀과 오물을 던진다.

신정원 작가의 애니메이션 '할머니 걸어간다'의 내러티브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고된 삶의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이러한 시련은 시대의 폭력으로부터 영혼을 지키고, 다음 세대를 꿈꾸게 한 할머니들의 행진에 비하면 너무나 사소하고 보잘것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의 비극과 여성을 키워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환기시키는 미술 전시가 열렸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효준)은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내에 위치한 전시 공간 세마(SeMA) 창고(구 질병관리본부)에서 '다시, 꽃을 보다: 전쟁 그리고 여성들'전을 최근 개막했다. 이 전시는 사회 참여적 예술을 실천하고 있는 예술가 그룹 '아트(Art) 제안'의 하민수 작가 기획으로 마련됐다.

아트제안은 2014년 성북동 북정마을에서 '삶의 존엄성'을 주제로 한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15년 서울혁신파크 동물실험실에서 '생명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두 번째 전시로 선보인 바 있다.      
 

아트제안의 세 번째 기획전인 '다시, 꽃을 보다: 전쟁 그리고 여성들'전은 일제 강점기에 희생된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들추며 전쟁 속 여성인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트제안 측은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여성 인권유린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와 회화, 사진, 설치, 영상작품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정의기억재단이 협업했다.

이번 전시에는 '소녀상' 철거반대 집회에 매주 참가하고 그 현장을 기록한 민철홍, 한승훈 작가를 포함해 강민주, 김동욱, 김미향, 김수향, 김은영, 박설아, 신영성, 신정원, 심정아, 양지희, 이유현, 정경미, 하민수, 허은영, 황선영 등 총 17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맨 먼저 만나는 건 선풍기 모터들로 이뤄진 신영성 작가의 설치 작품이다. 신 작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일그러진 선풍기 모터들을 오브제로 '생명없는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존엄과 고귀가 상실된 '잔해'들을 통해 인권을 유린당한 여성들, 폐기된 인간 군상을 은유한다.

김은영 작가의 '소녀를 위하여'는 세 개의 보랏빛 이파리로 이뤄진 사랑초 무더기 속에 한복 입은 소녀를 그려 넣은 평면 작품이다. '당신을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라는 꽃말을 가진 사랑초를 통해 잊혀져서는 안 될 존재들을 각인시킨다.

퍼포먼스 공연도 있다. 오는 13~14일과 20~21일에는 '프로젝트 필그림'(Pilgrim, 심정아·홍정아·고경)이 퍼포먼스 '페이스 투 페이스'(Face to Face)를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전시를 통해 어두운 역사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가 만들어 갈 새로운 역사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8일까지.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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