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낮 최고기온이 연일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시민들을 기진맥진하게 하는 가운데 유난히 폭염이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이 더위와 정면 승부하며 일해야 하는 이들이다.

19일 오전 서울·경기 지역은 지난 주말 사이 강렬하게 내리쬐던 햇볕이 구름에 가리면서 전날보다 더위가 다소 수그러든 모습이지만 낮 기온은 32도까지 오르며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공사장에서는 건물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폭염 굴착기 옆에 서서 흩날리는 먼지에 물을 뿌리는 작업자의 얼굴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다른 작업자도 "햇볕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작업을 더 해놔야 한다"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도로 굴착·보수 공사 일을 하는 김모씨(56)는 "여름 한낮이면 아스팔트에서 열이 지글지글 올라온다"며 "온종일 덥고 습한 밖에서 일하다 보니 땀도 많이 나고 지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래도 자연의 이치인데 어쩌겠느냐"며 "음료를 많이 마시고 있다"며 웃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주차장도 상황이 다르지 않았다. 그늘 없이 뙤약볕이 그대로 지상에 내리꽂히는 주차장, 차를 주차한 시민들은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건물 안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지만 관리요원 김모씨(62)는 자리를 지켰다. 김씨는 "주차장 한가운데 무슨 에어컨을 틀겠느냐"며 "바람이 불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라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전단을 나눠주는 '아주머니 알바생'들 역시 맨몸으로 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8호선 문정역 앞에서 만난 이들은 "안 그래도 미세먼지 때문에 병날까 걱정이었는데 요즘은 자외선과 더위도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모씨(61·여)는 "업무지구다 보니 출근과 점심 시간대에 가장 바쁜데 낮에는 특히 햇살이 센 편"이라며 "보통 사람들은 반팔에 반바지를 입겠지만 햇볕에서 오래 일하니 긴 소매 옷을 입고 모자까지 쓴다"고 말했다. 최모씨(63·여)는 "폭염주의보라고 문자왔을 때는 정말 더웠는데 오늘은 아직 그렇게 덥지는 않다"며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에 달하는 장비를 매고 화재 현장을 뛰어다녀야 하는 소방관들 역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에 견디도록 만들어진 방화복은 여름용·겨울용이 따로 없어 한여름에도 겨울 외투를 입고 일하는 셈이다. 서울 서대문소방서의 한 소방대원은 "하루에도 서너 차례 화재현장을 뛰어다니다 보면 땀이 줄줄 흐른다"면서도 "민원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위가 가시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이들은 실내에서 '찜통 더위'에 구슬땀을 흘렸다. 쉴새 없이 냄비에 물을 끓이고 프라이팬으로 기름을 볶는 주방에서 일하는 조리사들 역시 여름이면 노동의 고됨이 두배가 된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수제비 식당에서 일하는 김진근씨(69·여)는 "주방 안엔 항상 불이 있어 겨울에도 덥고 여름에는 많이 덥다"면서도 "더워도 참아야지. 돈 벌어서 자식 키우는 재미로 참는다"며 웃었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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