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미국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유력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북정책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만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구상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북핵 문제와 관련한 큰 틀의 구상을 제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 정부를 설득해 내기 위한 사전 포석을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 해결의 동결→완전한 폐기 등 2단계 로드맵 제시

문 대통령은 20일과 21일 잇달아 공개된 미CBS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유력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으로 △북한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북한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통해 비핵화를 달성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2단계 로드맵은 우선 북한이 추가로 핵과 미사일을 통한 도발을 하지 않는다면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내비치면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북핵의 완전한 폐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 등의 포괄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단계적 접근법을 제시한 뒤 "단계적인 접근법의 필요성은 미국 내에서도 많이 얘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또 WP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북한 핵이 갈수록 고도화돼 무기화되는 단계에 이르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향해 점점 다가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선 시급한 것은 더 이상 도발을 하지 않고 핵과 미사일의 고도화를 멈추게 하는 핵 동결"이라며 "1단계 동결, 그리고 다음 단계로 완전한 핵 폐기라는 2단계 접근도 우리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재 및 압박과 대화 병행' 소신 재천명

문 대통령은 또한 이전 오바마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여줄 때까지 북한과의 적극적인 관계개선 노력을 하지 않은 '전략적 인내' 기조에 대해 "실패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제재 및 압박’과 함께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자신의 소신을 거듭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정권에서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전략적 인내'라는 정책 기조 하에 북한과 아무런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듯이, 우리 대한민국 정부도 북한에 대해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그 결과가 낳은 것은 북한 핵과 미사일이 해결되지 못하고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제 사회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해왔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저는 금년 중으로 그런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양행(行) 가능성에 대해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그렇다"라고 했다.

그는 또 "김정은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북한 체제와 김정은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는 것일 것"이라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면 김정은도 그 길을 외면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오판이라는 점,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우리가 안전을 보장하고 발전을 돕겠다는 점, 이 두 가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론' 강조

문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론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북핵 해결방안은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미국과 긴밀한 공조 속에서 추진돼야 한다"면서도 "이제는 한국이 좀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날의 경험을 되돌아보더라도 한국이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때 남북관계도 훨씬 평화로웠고 미국과 북한 관계도 훨씬 부담이 적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북핵 해법 구상을 밝히고, 평행 방문 의사를 내비친 것도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 행정부와 간극 해소 주력

문 대통령은 자신의 남북대화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선 트럼프 미 행정부의 협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그간 미국 내에서 우려가 제기됐던 현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책적 공통분모 찾기에도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6·15 기념식 당시 발언이 '조건없는 대북대화'로 해석돼 미국내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을 겨냥해 "저는 아무런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말한 적이 없다"고 핵·미사일을 통한 북한의 추가도발 중단 등 동결 조치가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자신의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등의 발언과 관련해선 "대선 기간에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축소와 조절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연기 논란에 대해선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다는 것이 우리가 배치를 연기하거나 결정을 뒤집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앞으로 5년 간 임기를 함께 할 관계"로 표현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문제에서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이 바로 북핵문제 아니냐"라며 "그것은 역대 미국 정부가 하지 않았던 일로, 저는 그 점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자세 덕분에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풀려난 웜비어씨의 사망과 관련해 "웜비어씨의 가족과 미국 국민이 겪을 슬픔과 충격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기본적으로 북한에 억류된 기간에 발생한 일로, (북한이 웜비어를 죽였는지) 그 사실까지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그가 사망에 이르게 된 아주 중대한 책임이 북한당국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라고 '북한 책임론'에 공감했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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