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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 이보다 더 밋밋할 순 없다?[유럽 4대 그랜드 아트투어] 긴장감 떨어지는 비엔날레…더 '핫'해진 아트바젤

[편집자주] 베니스비엔날레, 스위스 아트바젤, 독일 카셀도큐멘타14, 뮌스터조각프로젝트까지…. 6월 중순 유럽에서 동시에 열린 4대 미술축제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건 10년 만의 기회였다. 뉴스1은 국내 언론사 처음으로 4대 축제를 모두 돌아봤다. 지난 11일부터 20일까지 열흘간의 대장정을 소개한다.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 오스트리아관에 출품된 작품

"올해 베니스비엔날레는 너무 밋밋한데요? 차라리 스위스 아트바젤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6월 중순 유럽 그랜드 아트투어를 경험한 국내 미술 애호가들의 관전평은 "베니스비엔날레가 예년같지 않다", 혹은 "비엔날레보다 아트페어가 더 흥미롭다"로 수렴된다. 실제로 122년 역사와 전통을 갖고 세계 미술계 담론을 이끌던 베니스비엔날레의 위상이 예년만 못한 걸까.

제57회 베니스비엔날레를 관통하는 주제는 '예술만세'(Viva Arte Viva)다. 총감독 크리스틴 마셀(프랑스 퐁피두센터 수석 큐레이터)은 예술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이같은 화두를 꺼냈다. 기획자의 의도대로, 비엔날레의 출품작들은 저마다의 목소리로 예술만세를 외쳤다. 그 방식은 밝고, 경쾌하고, 심미적이었다. 특히 마셀의 기획력이 집약된 아르세날레 본전시장은 잘 정돈된 갤러리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의식은 올해의 비엔날레를 그 어느 때보다도 밋밋하게 만든 이유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주제 자체가 '관념적'이라는 평이다.

미술평론가 홍경한 씨는 "제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지구적' 관심사가 존재했던 전후 1950~60년대와는 달리, 다양성이 폭발하는 21세기에서는 특정한 하나의 관심사 혹은 담론을 제안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오늘날 지구가 겪고 있는 산발적인 문제들은 애초부터 하나의 담론으로 수렴되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 베니스 비엔날레가 보여주는 미술언어 또한 폭발적 에너지를 갖고 절대적 공감을 얻기에는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비엔날레 피로도'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엔날레는 전위적이고, 급진적이고, 실험적인 것을 추구해왔지만, 결국 미술 언어 안에서만 머무르며 담론 형성에 실패하고 현실세계와 괴리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체코·슬로바키아관
베니스비엔날레 이스라엘관의 갈 바인스타인(Gal Weinstein) 작품 '선 스탠드 스틸(Sun Stand Still)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쿠바 출신 작가 질리아 산체스(Zilia Sánchez)의 작품

반면, 아트페어는 아예 공공연하게 자본이 지배하는 곳임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 역동적이고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움직이는 자본의 취향에 소구할 만한 작품들만 페어에 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트바젤의 '언리미티드'전은 아트페어의 상업성을 중화하는 일종의 '알리바이'로 작동한다. 온 몸에 페인트를 칠하고 9시간 동안 퍼포먼스를 펼치는 도나 휴앙카의 작품이나, 헬륨가스를 채운 기구를 전시장에 띄우는 크리스 버던의 유작 등 시장성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작품들이 언리미티드전에 다수 출품된다. 

상업적인 아트페어가 취하는 이같은 '비엔날레'적 태도는 진짜 비엔날레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시장에서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언리미티드전의 영상, 퍼포먼스 작품들을 구매하려는 자본가, 컬렉터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오늘날 세계 미술계의 역동성은 자본에 의해 결정된다는 건데,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베니스비엔날레와 같은 시기 베니스 섬에서 대대적으로 열리고 있는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개인전이다. 비엔날레 못지 않게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전시다.

구찌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프랑수와 피노 PPR그룹 회장의 현대미술 컬렉션 미술관인 '푼타델라도가나'와 '팔라초그라시'에서 '난파선에서 건진 보물'(Treasures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이라는 주제로 마련된 이 전시에는 무려 75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40~50억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비엔날레와는 자본의 규모 면에서부터 비교가 안 된다.

100명이 넘는 작가들이 만드는 베니스비엔날레와 개인전으로 한날한시 맞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허스트의 자신감 혹은 오만함이 비친다. 겉으로는 '예술만세'를 통해 예술의 순수성을 외치지만, 실은 돈과 권력, 정치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비엔날레라는 '조롱'이기도 하다.

올해 한국관 외관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건물을 연상케 하는 네온 파사드 작업으로 꾸민 코디최 작가 역시 오늘날 비엔날레의 숨겨진 이면을 보여준다. 그는 "베니스비엔날레의 '허세'를 풍자하는 작업"이라며 "상대를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날개를 펴는 공작새처럼, 사실은 새 비즈니스 라인을 만드는 게 목적인 베니스비엔날레는 라스베이거스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올해 스위스 아트바젤 '스테이트먼트' 부문에 참여한 폴란드의 데이비드 라지예프스키(Dawid Radziszewski) 갤러리 전경. 조아나 피오트로프스카(Joanna Piotrowska)의 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알베르트 니만(Alberta Niemann)과 제니 크로프(Jenny Kropp)로 구성된 작가팀 '포트'(FORT)의 설치작업 '렉'(Leck).
헬륨가스를 채운 기구를 공중에 띄우는 크리스 버던(Chris Burden)의 유작. 아트바젤 언리미티드 부문에 출품됐다.
아트바젤 언리미티드전에 소개된 도나 휴앙카(Donna Huanca)의 퍼포먼스 작업 '블리스'(Bliss). 두 명의 퍼포머가 9시간 동안 구조물 안에서 페인트를 칠하는 연기를 느리게 보여주고, 작가는 페인트가 칠해진 구조물이나 연기자의 몸을 사진으로 남긴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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