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65)을 상대로 시민 5001명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첫 변론에서 박 전 대통령 측과 시민 측이 초반부터 열띤 논쟁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함종식) 심리로 26일 열린 첫 변론에서 시민 5000명의 법률 대리인 곽상언 변호사는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관련 증거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 도태우 변호사는 "소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이기도 한 곽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재직 시 헌법 및 법률 위반으로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을 받고 올해 3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됐다"며 "그 근거는 대통령이 직무수행에 있어 헌법을 위반하고 타인과 그 권한을 함께 했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덧붙여 말하면 국민에게 거짓 해명까지 한 것도 헌재가 인정했다"라며 "이러한 일련의 대통령의 행위가 이 사건의 핵심이고 그와 관련한 증거를 제출하기 위해 헌재에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도 변호사는 그러나 이 사건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며 각하해야 한다고 맞섰다.

도 변호사는 "국민 전체를 피해자로 지정한 것은 구체적인 법률소송이 되지 않는다"며 "아울러 이것이 정당한 민사소송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정치투쟁 또는 선전을 통한 남용의 요지가 있어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박 전 대통령의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언급하면서 "형사소송 대원칙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생각할 때 1심의 형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적어도 1심 선고는 있은 후에 민사소송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곽 변호사는 "우선 탄핵심판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문서송부촉탁으로 받은 자료들을 토대로 변론을 시작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소의 적법 여부를 제외하고 본안에 가더라도 전직 대통령의 행위가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행위가 되는지, 시민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손해배상을 해줘야할 만큼 극심한 고통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니만큼 앞으로 변론을 진행하면서 정치적 선전이나 상대방에 대한 감정적인 비난은 자제해달라"고 양측에 당부했다.

도 변호사는 곽 변호사에게 시민 5000명에게서 위임받은 사실을 엄격히 증빙해야 한다고도 따졌다.

그는 "중요사건이기에 소송 위임에 대해 엄격히 증빙될 필요가 있다"며 "주민번호 기재도 없고 조악한 막도장이 찍힌 것으로 위임을 증빙하고 있는데 적어도 인감증명서 등으로 개별 위임 요건을 엄격히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 변호사는 "피고 측에서 위임 문제를 따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소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전략"이라고 평가 절하하며 "저희가 관리하는 인터넷 프로그램 등을 캡처해 제출하는 등 방법을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곽 변호사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인강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현재도 정신적 피해 사례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곽 변호사는 피해 시민들을 모집해 1인당 청구금액을 50만원으로 정한 총 25억여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두 번째 변론기일은 9월25일 오후 4시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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