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현장

정부는 28일 건설 중인 '신고리 5·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에 착수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공론화 추진계획에 따라 위원회 구성에 대한 사전 준비, 법적 근거의 마련,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조직 구성 등 다각적인 후속조치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해당사자나 에너지분야 관계자 외에 국민적 신뢰가 높고 덕망 있는 중립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10명 이내로 위원을 선정할 방침이다. 

3개월 간의 공론화 과정에서 불러 올 갈등을 중립적으로 관리하고 최종 결정자격인 시민배심원단 구성 등을 총괄해야 하는 만큼 어떤 인사들로 채워질지 주목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원칙을 갖고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할 것"이라며 "여론을 광범위하게 수렴해서 다양한 인사들을 추천받아 이 중 위원장은 총리가 임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 과정이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위원회 구성을 위한 법적 근거(총리 훈령) 마련과 위원 임명, 지원팀 조직 구성 등은 늦어도 보름 안에는 끝낼 가능성이 높다. 

공론화 과정은 찬반 양론을 놓고 진통을 겪을 공산이 크다. 첫 단추 격인 공론화위원회 구성부터 치열한 논란이 전개될 수도 있어 3개월 안에 충분한 논의와 의견수렴이 가능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특히 일부에선 신고리 5·6호기 존폐 결정이 향후 탈(脫)원전 정책에 있어 중요한 가늠자 역할을 하는 만큼 공론화 기간을 3개월로 잡은 것이 합당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독일이나 스위스도 20~30년의 탈원전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데 3개월만에 비전문가들이 모여 결정한다는 것은 일그러진 민주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팀장도 "무조건 3개월 내 결정해야 한다고 못박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며 "물리적인 시간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시간이 중요하니 토론, 여론조사가 좀 더 필요하다면 더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3개월에 불과한 짧은 시간 안에 결정하겠다는 것은 백지화 유도를 위한 요식행위라는 의심과, 건설 중단 공약을 이행하기에는 매몰비용 낭비가 큰 만큼 공약파기 논란을 피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얘기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해 6월 첫 삽을 뜬 신고리 5·6호기 건설 사업은 종합 공정률이 28.8%로 총 예산 8조6000억원 중 이미 1조6000억원이 투입됐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건설 백지화로 결론이 나면 손실 비용(매몰 비용)은 2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3개월 공사 중지로 소요되는 추가비용도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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