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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이 만난 사람] “마치 밥 먹는 것처럼… 예술도 누구나 공감하고 누려야”‘일상의 예술론’ 펼치는 윤동천 작가
유튜브에서 일상적 예술론을 불러내고 있는 윤동천 작가. 그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예술로 가져오는 것은 예술의 외연 확장과 더불어 참된 예술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보 홍수시대다. 누구나 자신의 관점에서 정보를 취사선택, 나름의 사유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자칫 정보는 넘쳐나도 자신만의 소리만 질러대는 소통불능의 시대를 자초하기 쉽다. 여기에 가짜뉴스까지 가미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국가를 비롯해 공동체의 에너지만 소모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 벌어지는 공방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해결책은 누구에게나 특별할 것 없는 상식 내지 일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윤동천(60·서울대 교수) 작가는 “편을 가르는 일에서 일단 물러서서 일상 그 자체를 바라보라”고 말한다. 특별할 것 없는 누구나 같이 누리는 ‘일상의 예술론’에서 답을 찾아간다.

정치과잉 시대에 무엇이든지 특정 패러다임에 가두려는 세태에 대한 경종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특정 정치계파나 지역정서의 배신이라 받아들이는 비상식을 돌아보게 한다. 뉴스 속 사진들에 ‘위대한 퍼포먼스’라 제목을 붙인 작품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정주영의 소떼 방북, 6월항쟁, 태안반도 기름유출 제거작업, 이산가족상봉 모습에서 우리의 위대함을 보려고 한다. 복잡한 분석이나 시각을 설명하는 것조차 거추장스럽게 만든다. 

“내가 지난 30년간 추구해 온 ‘예술의 일상성 회복’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일상의 주제나 소재에 극한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쩌면 온갖 것에 덧씌워진 가림막들을 제거해야 드러나는 상식의 세계다. 누구나 공감하고 누리는 세계다.”  

그는 오는 5월14일까지 열리는 금호미술관 기획초대전에서 노란 대형 리본 조형물을 전시장 벽면에 걸었다. 전시장 방 하나가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진 공간이다. 네팔 산악지대에서 험한 길을 오르내리며 짐을 나르는 말방울도 맞은편 벽면에 걸었다. 전시장에선 말방울 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네 워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방울이다. 위험한 길을 가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도구다. 말들이 좁고 험한 길에 몰려들 땐 방울 소리의 대합창이 벌어진다. 상대방에겐 내가 여기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설명을 굳이 안 해도 자연스레 세월호를 떠올린다. 작가의 정치적 성향을 섣불리 재단해 보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고장난 경고시스템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물론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어린 생명에 대한 추모는 당연한 상식이다.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의 작품을 언뜻 보면 민중미술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이자 상식의 얘기라고 했다. 우리 사회의 상식 회복을 강력히 촉구하는 듯하다.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어법을 지닌 현대미술도 싫어하지만 양식이 제한적이고 새로울 것 없는 민중미술에도 관심이 없다. 너무 뻔한 것들, 설익은 것을 지양해야 한다. 일반인들에 어필하려 너무 서술적이고 자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물론 초창기 민중미술작가들은 작업에 몰입하기엔 시대적 여건이 삭막했다. 자연스레 풍부한 작품들이 나오지 못했다.” 

그는 걸게그림 자체를 전시장에 들이는 것에 부정적이다. 숙성된 형식의 고민이 요구된다는 얘기다. 민중미술 역사가 미천하기에 다른 나라 민중작가들의 작품을 차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일조를 했다.

“걸게 그림은 현장에 있을 땐 존재감만으로도 힘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다른 작품들과 동일하게 전시장에 그대로 들이는 것은 좀 더 숙고했어야 할 문제였다.” 

그러면서 한국 민중작가들의 롤모델이었던 독일작가 콜비츠를 거론했다. 가난한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비극적·사회주의적 테마의 연작을 발표하여 20세기 독일의 대표적 판화가로 자리매김한 작가다.

“민중미술은 그래도 우리나라 모더니즘 미술의 시초로 보고 있다. 자각이 있었고 시대에 필요한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왜 일상에 집착하는지 물었다. 일상의 소재와 주제를 뜻하는 것은 분명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누구나 같이 누리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이 누구나 같이 누려 특별할 것이 없었으면 한다. 마치 밥 먹는 것 같은 예술이다.” 

사실 그는 예전의 과거시험에서 그 모델을 찾았다. 정치가를 뽑는 데 시제를 주고 문학적 능력으로 인재를 뽑았다. 

“바른 사람을 발탁해야 바른 정치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사실상 예술가를 선발한 것이다. 시서화 등 예술을 연마해야 바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늘날의 품성교육이라 할 수 있다. 바로 모나지 않은 소통이 가능한, 일상의 상식을 갖춘 인간상이다.” 

바로 동양의 예술관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요즘 유튜브 영상에서 일상의 예술을 본다. 작가의 작품보다 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들이 많다. 그는 유튜브에서 동양적 예술론의 회복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요즘 유튜브 영상에서 일상의 예술을 본다. 작가의 작품보다 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들이 많다.

“옷입는 것 등에서 우리는 벌써 예술을 누리고 있다. 패션과 디자인에서 예술을 향유하면서 우리가 자각을 못할 뿐이다. 예술을 자꾸 다른 차원이라고 눈가림하는 행태가 없어져야 한다. 작가부터 우선 그런 인식을 깨야 한다. 일반인들에게 그렇게 다가서는 일은 앞으로 나의 과제라 할 수 있다. 누구나 같이 격조 있게 누리고 행하는 동양예술론, 즉 일상 예술의 단초를 유튜브에서 찾게 된 것은 매우 흥미롭다.” 

변기의 물막이 용도로 사용되는 두 개의 스테인리스 볼을 서로 기대 세운 작품은 우리가 서로 기댄 존재라는 점을 부각시켜 준다. 노란 칠이 된 숟가락은 ‘금수저’ 사회를 가장 쉽게 은유하고 있다.

윤 작가는 소위 사실주의, 표현주의, 모노크롬 추상 등 고급 엘리트미술의 전형적인 양식마저도 일상으로 소환하고 있다. 길을 거닐다 마주한 보도블록이나 바닥에 붙어 있는 껌딱지 등을 그렸다. 실제를 그렸으니 사실주의라 할 수 있지만 흡사 모노크롬 추상 같다. 

“일상의 소재 재현을 통해 예술의 고유성과 독창성만이 참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싶었다.” 

그는 촛불집회 사진을 보고 그리기도 했다. 호주 원주민(에버리진) 미술처럼 수많은 점들로 완성을 했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 모호성을 드러내며 예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의 외연을 넓히는 일임과 동시에 참된 예술의 의미를 일깨우는 행위가 됐으면 한다. 특별함은 없지만 우리의 삶과 직결된 일상을 통해 함께 나누고 누릴 수 있는 예술을 나는 꿈꾼다.” 그는 가치판단 독점을 내려놓는 지점에서 예술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요즘 세태를 준엄하게 질타하는 ‘큰 목소리’처럼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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