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한수경
[한수경 칼럼] 19대 대통령 당선자는 촛불민심 존중해야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는 어느 대선보다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과반이 넘는 51.6%의 지지로 당선된 18대 대통령 박근혜가 5년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탄핵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기 때문이다. 이 선물을 얻어내기까지 엄청난 수고가 따랐기에 사실 우리의 성과물이라 칭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아이들과 함께 지난 겨울 엄동설한도 견디며 촛불을 들었던가! 작년 10월 29일 첫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지난 4월 29일 23차를 마지막으로 누적 참가인원 약 1700만명을 기록하며 6개월 동안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박근혜 정부의 끝을 모르는 무능, 부정부패와 권력의 사유화로 인한 민주주의 훼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웃지 못할 희대의 대사건을 세계만방에 알리며 그렇게 외치던 국격을 실추시켰다. 해외에 사는 교민들은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충격보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못들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땅에 떨어진 국격을 누가 다시 높여 놓았는가? 매주 토요일 열렸던 촛불집회에 그렇게 많은 시민들이, 심지어 100만, 200만이 넘는 인파가 모였음에도 시위는 그 어떤 심각한 사고도 없이 자발적이고, 평화롭게 이루어졌다. 이 높은 시민의식은 집회 후 깨끗이 청소된 광화문 광장이 다시 증명해 보이듯이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어 냈다. 한국의 촛불집회는 정치에 무관심했던 시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는 직접민주주의의 표본이 되어 디지털 시대에 잊혀진 광장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지칠 줄 모르는 시민들의 행동과 노고는 눈치만 보는 국회와 정치인들의 등을 떠밀어 박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결과를 어렵게 이끌어냈다. 이는 분명 촛불혁명의 성과다.  

하지만 촛불이 만든 지금의 장미대선에선 촛불을 든 광장의 목소리는 점차 사라지고, 촛불민심을 담은 정책 경쟁보다 네거티브 난타전으로 상대 후보들을 공격하며 표 구걸하는 대선후보들이 촛불시민들에겐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또 시민들이 만든 노고의 결과물을 자신의 성과로 둔갑시켜 마치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촛불혁명이 완성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정작 지난 달 열렸던 마지막 촛불집회는 대선전에서 사라진 촛불민심에 대한 성토장이 되었다. 지난 겨울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의 열망은 사라지고, 촛불의 성과만을 획득하는데 열중하는 대선후보들의 모습만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0일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촛불집회가 지속된 이유는 촛불민심이 단지 대통령 퇴진만을 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촛불은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겹겹이 쌓인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사회를 열망하는 대변혁을 위한 외침이었다. 3포세대, 5포세대, 7포세대를 넘어 더 이상 출구가 없는 n포세대가 되어 버린 청년들의 삶엔 미래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또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등 수저계급론이 의미하듯이 부모와 조부모의 경제 능력이 그대로 상속되는 그래서 시작부터 불공정한 이 사회는 이미 헬조선으로 불린다. ‘노오오력’은 헛된 희망고문이 되어버린 이 헬조선에서 탈출하는 것만이 청년들의 유일한 희망이며, 그래서 탈조선을 꿈꾸는 청년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엔 미래가 있을 리 만무하다.  

이 불공정한 사회를 진정 변혁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 것이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시민들의 힘이었다. 촛불집회의 발언대에서 쏟아냈던 이 불공정한 사회를 향한 청소년들의 발언들은 특히 정치권과 기성세대를 향한 질타와 불만의 표현이자 대변혁을 촉구하는 외침이다. 또한 이 불공정이 낳은 수많은 약자들의 고통소리를 제발 들어 달라고 대선후보들을 향해 소리쳤던 것이다. 반값등록금, 최저시급 1만원, 차별금지법, 청년부 신설 등 청년들이 요구하는 공약들을 시행하길 요구한다. 결국 복지수준을 높여 삶을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라는 이 사회 구성원이자 주권자의 명령이다. 이외에도 비정규직 문제, 세월호 진상규명, 사드 문제 해결 등 사회 전반에 산적한 문제들이 하나하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토론은 정권교체가 과연 그동안 갈망하던 사회 대변혁을 가져올지 의구심을 들게 했다. 대권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의 수준은 기대감을 갖기엔 능력과 설득력이 너무 부족해 보이고, 심지어 자신의 정책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한심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촛불민심을 담아 주기를 바라던 대선후보들의 공약집에서 촛불민심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나마 능력을 인정받은 대선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 유권자들의 고민이 늘어났다. 촛불집회를 통해 정권교체가 단지 대통령 얼굴 바꾸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지닌 까다로운 유권자들도 늘어났다. 그만큼 소신 투표하는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표로 나타내 줄 것이며, 누가 이번 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든 촛불민심을 존중해야만 할 것이다.  

 

한수경 박사  skhan987@newstour.kr

<저작권자 © 뉴스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수경 박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