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테겔 공항에 도착해 환영을 받고 있다.(청와대)

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북핵 문제와 관련,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적으로 강도높은 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나, 결국은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 대통령궁에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1시간 가량 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지금은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다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에서 냉전을 허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면서 "한반도는 독일보다 분단 기간이 길었고, 독일이 주변국가의 우호적 분위기였던데 비해, 한반도는 주변국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핵이 있는 한 한반도 평화는 없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말 것을 경고하고, 협상테이블로 나오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독일이 분단을 극복해 냈고, 이란과 미국을 중재해 핵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으므로 그런 측면에서 독일의 도움을 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은 통일 30년이 지난 지금 이제 내적 통합을 이뤄가고 있고, 그런 경험을 한국과 나누는 것은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통일이 어떤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은 없지만, 독일의 경우를 보면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현실적 어려움은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사실 요즘의 TV나 언론 보도를 보면 한반도 통일 가능성이 지난 시간보다 더 적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수년간 이란 핵 협상을 하면서 느낀 것은 대화와 협상이 없다면 군사적 리스크는 훨씬 높아진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특히 "오늘 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책임과 노력을 말했고, 내가 느끼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이제 행동에 나설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면서 "이번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을 통해 한국과 미국, 중국과 러시아, 유럽이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한 목소리로 일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것에 대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국제적 제재와 압박도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 참여가 없다면 실효를 거둘 수가 없다. 특히 중국은 결정적 키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내일 시진핑 주석과 만나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과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자유무역 체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최근 자유무역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과 독일이 같은 입장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도 "자유무역을 거스르려는 일부 분위기에 대해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국과 독일간의 경제 교류, 교역을 확대하기 위한 고위급 채널 마련하자"고 제안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과거 슈뢰더 정부가 '2010 어젠다'를 통해 개혁을 시도했지만 선거에 패했던 예를 들며, "길게 보면 그 패배가 독일의 성장과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고통스럽더라도 미래를 보고 내린 그 결단이 존경스럽다"면서 "그것이 진정한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한국의 새 정부가 어려운 개혁과제도 갖고 있고 정당간 이견이 큰 것으로 알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개혁과 혁신을 잘 이뤄내길 바란다. 내가 다시 방한하게 된다면 중소기업 어젠다를 갖고 문 대통령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독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왔고, 이제 파트너로서 공동 번영의 길로 나가야 한다. 중소기업과 제조업 중심의 국가로서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고, 한국은 ICT 강국이라는 강점을 살려 함께 시너지를 이루며, 동반 협력관계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참석을 정중히 요청한다. 독일이 동계스포츠의 강국임을 생각할 때,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참석이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초청의 뜻을 밝혔다. 이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일정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외교장관 재임 기간 한독 우호협력관계 증진에 많은 기여를 한 데 대해 평가하고, 특히 2014년 통일외교정책 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한반도 통일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2월 취임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독일 헌법상 국가원수이자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외교장관 재임 시절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하고 한독 외교장관회담을 7차례나 갖는 등 한국에 관심이 많은 인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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