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운전 경력 40년인 윤영록 서울메트로 기관사

졸업가운도 입기 전인 18살 때부터 시작한 기관사 생활이 어느덧 40년. 기관사의 자랑인 무사고 운전 기록도 56만Km를 돌파했다. 그리고 가장으로서 얼마 전 장남을 장가 보내 한 시름을 덜었다. 서울메트로 상계승무사업소(4호선) 소속 윤영록 기관사(58)는 평생을 철도와 함께 한 노동자이자 자식 농사에 노심초사하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아빠다.

긴장을 풀 수 없는 격무와 불규칙한 교대근무 속에서도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는 빼놓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하철 기관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해준 촛불민심이 그를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헬기, 자동차로도 안 돼요. 지하철이 아니었다면 천만 시민이 광화문광장에 모일 수 있었을까요. '시민의 발'이라는 말이 이번 촛불정국 때처럼 뿌듯했던 적이 없었어요. 제가 사회적 정의 실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다고 생각하니 큰 보람을 느꼈죠."

하지만 기관사의 고단한 생활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업무강도야 이골이 났지만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퇴출, 구조조정 실시 등에 지하철노동자들의 고용환경은 점점 불안해진다. 노사합의를 해도 대통령 한마디에 흔들리고 비정규직은 늘어간다.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을 챙기기보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에 25년이 넘은 낡은 지하철을 몰며 불안감에 떨면서 승객의 짜증섞인 민원을 달래다보면 40년 기관사 생활에 자괴감을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을 향한 희망도 "안전이 최대 가치가 되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지하철이 정말 안전해지려면 서울시와 지하철노동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윤 기관사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후 서울시와 지하철공사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운영방침을 바꿨지만 정부가 계속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잣대로 지방공기업을 평가하면 별 도리가 없다"며 "정부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당선인이 지하철 인력을 충원해 안전도 지키고 청년일자리도 늘리는 지혜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윤 기관사는 "지하철 안전인력 한명 늘리는 것도 정부 눈치를 봐야한다. 인력감축만 하지말고 공공부문에서부터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4대강 같은 곳에 세금을 쓰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기관사는 얼마전 일본에 갔다가 현지 철도노동자들에게 부럽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아베가 전쟁을 하려고 해도 손을 못쓰는데 한국인들은 부패한 최고 권력자를 끌어내리더라"며 감탄하더라는 것이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촛불시민을 잊지말았으면 합니다. 촛불은 앞으로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거에요.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는 걸 증명한 촛불민심을 외면하지 않는 대통령이 돼주길 바랍니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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