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상임대표

공명선거추진단 김성호 전 수석부단장(55)과 김인원 전 부단장(54)을 기소하며 31일 마침표를 찍은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은 검찰의 수사 칼날이 당 지도부로 뻗지 못한채 환부만 도려낸 모양새다.

윗선으로 지목된 이용주 의원과 박지원 전 대표, 안철수 전 상임대표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증거부족'을 이유로 무혐의 판단했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정석)는 이날 김 전 수석부단장과 김 전 부단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한달 동안 끌어온 제보조작 사건은 앞서 기소된 이유미씨(38), 이준서 전 최고위원(39), 이유미 남동생 이모씨(37)까지 더해 모두 5명을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들은 모두 조작된 제보가 국민의당으로 입수된 보고체계선상에 있다.

왼쪽부터 이유미씨와 동생 이모씨

◇이유미 '긴급체포'로 시작된 수사…'공범' 이준서도 구속

6월26일은 '제보조작'이라는 네 글자 단어가 국민에게 각인된 날이다. 검찰은 이유미씨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던 중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를 긴급체포했다.

이씨는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입사 과정에 개입한 제보가 있다는 증거를 조작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준용씨의 대학원 동료라는 제보자를 꾸며낸 뒤 음성변조 증언 파일과 모바일 메신저 캡처본을 조작해 제공한 혐의도 있다.

이씨는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모두 13차례에 걸쳐 구치소와 검찰 청사를 오가며 조사를 받았다. 결국 검찰은 긴급체포 18일 만인 지난 14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의 칼날은 곧장 이씨와 수차례 메신저를 주고받은 이 전 최고위원으로 향했다. 지난 3일 이 전 최고위원을 처음으로 소환한 검찰은 조사 일주일 만에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이 이씨와 메신저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번 일이 잘되면 청년위원장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회유하는 등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제보조작을 지시·가담했다고 보았다.

특히 검찰은 지난 5월5일 첫 폭로 기자회견 뒤 민주당으로부터 고발까지 당하는 등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이 전 최고위원이 이를 외면한 채 조작된 제보내용으로 5월7일 추가 기자회견을 주도한 사실에 책임을 물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구속된 뒤로도 거의 매일같이 구치소와 검찰을 오가며 강도 높은 소환조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28일 이 전 최고위원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부실검증' 김성호·김인원…"제보내용 확인 안해"

검찰은 김성호 전 수석부단장과 김인원 전 부단장의 경우 제보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실검증'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이들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전달한 카카오톡 대화자료와 녹음파일 등 제보내용을 바탕으로 5월5일과 7일, 두차례에 걸쳐 준용씨 취업 특혜 폭로 기자회견을 주도한 인물이다.

두 사람은 기자회견 전날인 5월4일과 6일 각각 이용주 의원실에서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만나 이유미씨가 조작한 제보 내용을 검토했다.

김 전 수석부단장과 김 전 부단장은 "제보자 신원보호를 위해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밝힐 수 없다", "제보 내용이 100% 사실이다"는 이 전 최고위원의 말만 믿고 각각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했다. 당시 이들은 제보자의 이메일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급하게 검증을 마무리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두사람은 검찰에 출석해 "제보조작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유미의 단독범행'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검찰은 "제보자에게 '질의서'가 담긴 메일을 보냈고, 제보자가 메일을 수신확인하기에 제보자가 맞다고 확신했다"고 말한 이들의 항변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 최종 책임은) 김성호 전 수석부단장과 김인원 부단장에게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들이 사실상 윗선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왼쪽부터 이준서 전 최고위원, 김성호 전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 김인원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

◇檢, 윗선엔 제한적 수사…"지도부 무관" 결론

검찰의 수사칼날은 결국 국민의당 지도부를 향해서는 뻗지 못했다. 제보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아온 박지원 전 대표, 안철수 전 상임대표, 이용주 의원에 대해서는 모두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박 전 대표는 지난 5월1일 바이버 메신저를 통해 이준서 전 최고위원으로부터 조작된 카톡 캡처본을 전달받고, 36초간 통화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이 의원은 두차례 폭로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직을 맡으며 보고체계 정점에 있었다.

안 전 상임대표는 일련의 논란을 둘러싸고 대선 후보로서 '책임론'에 휩싸여왔다.

하지만 검찰은 국민의당 지도부나 현직 의원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26일 참고인 신분으로 이 의원을 한차례 소환해 조사하기는 했지만, 수사 일정 막바지였다.

검찰은 윗선에 대한 관련 수사내용 역시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용주 의원 보좌관 김모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는 것도 추후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결국 검찰은 이날 새롭게 밝혀낸 사실 없이, 이들 5명과 당지도부와의 관련성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적절한 방법을 통해 박 전 대표나 이 사건에 거론되고 있는 보좌관들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안 전 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이 찾아가 5분간 면담한 것을 제외하고 관련성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관계자는 "핵심은 검증이나 발표에 관여했는지가 아니고 제보가 허위라는 사실에 인식이 있었는지가 관점"이라며 "(이 의원은) 당시 내부적으로 단장직에서 사퇴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윗선조사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증거없이 호기심만으로 사람을 소환할 수 없다"며 "의심할 만한 자료가 있어야 불러서 물어보고 한다"고 해명했다.

박지원 전 대표와 이용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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