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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경 칼럼] 파탄으로 치닫는 남북관계, 어디서부터 꼬였나?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문재인 정부의 행동방식을 관찰하다 보면 ‘상대방’은 없고 ‘이쪽의 제안이니 받아라’ 식으로 일방적이다. 이쪽에서 제안하면 북한은 당연히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로 착각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의 남북관계는 참여정부 당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참여정부는 이미 김대중 정부가 개척한 ‘햇볕정책’을 발판으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을 지속시키며 남북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그동안 쌓아온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이끌어 결국 남북 간의 신뢰가 완전히 사라졌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남북교류, 그리고 연락채널도 끊겨 이젠 남과 북의 사이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또한 북한은 당시의 김정일 체제에서 김정은 체제로 세대교체가 되었다. 이렇게 완전히 단절되고 변화된 남북관계를 다시 복원하려면 남북 간의 접촉을 통해 그동안 쌓인 불신과 대결을 제거하려는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 정부에겐 남북관계 개선보다 미국으로부터의 신임을 얻는 것이 더 시급했던 모양이다. 새정부 출범 후 내각도 제대로 구성되지 않은 불완전한 상황에서 너무나 성급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3일 간의 백악관에서의 숙박 기회를 준 트럼프의 환대에 감동했지만, 한미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는 한미FTA 개정 협상이라는 청구서를 받았다. 환대의 대가와 백악관 숙박료를 톡톡히 지불해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과의 동맹강화가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오히려 장애가 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미국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을 뽐내며 북한을 향해 군사적 초강력 맞대응으로 본보기를 보여주었다.

이런 상황에도 문재인 정부는 ‘베를린 구상’에서 밝힌 것과 같이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즉, 지난 7월 17일 국방부와 통일부는 북한에 각각 군사분계선(MDL)상에서의 상호비방 등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의했다. 국방부의 제의는 21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남북 군사회담을 열자는 것이다. 지난해 2월 박근혜 정부의 갑작스런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맞서 북한은 개성공단 이외에도 서해 군 통신선과 판문점 연락채널도 폐쇄했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개성공단은 고사하고 남과 북의 연락채널도 끊어진 상태로 최악의 상황이다.

이 때문에 문 정부는 남북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안도 언론을 통해 전달하며, 북한이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기대했다. 새정부 출범 즉시 미국에 달려간 문 정부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과의 접촉 제안을 허공에 대고 한 셈이다. 제안을 ‘받고 싶으면 받고, 말고 싶으면 말라’는 식이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결여된 무성의한 제안방식이다. 이렇게 성의 없는 제안에 북한은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다. 현대아산은 ‘정몽헌 추모식 금강산 개최’ 요청에 대해 북으로부터 ‘팩스’로 거부 통보를 받았는데, 문 정부와 북한의 관계는 현대아산만도 못한 실정이다.

북한도 공식적 대답 대신 지난 20일 언론의 해설을 통해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그 무슨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문 정부를 비난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과 G20 독일 방문 당시의 북핵 관련 언급에 대해 "현 남조선 당국은 민족자주의 원칙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해나가기 위한 우리의 선의와 노력은 외면하고 반공화국제재압박과 군사적도발소동에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친미사대와 동족대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역과 매국의 길을 한사코 택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추호의 타협도, 용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식적 대답이 없어도 이 해설에서 북한은 남한에 대한 불만을 충분히 표출했다. 

한국정부가 제의한 회담 날짜를 훨씬 넘기고 북한에서 돌아 온 대답은 28일 밤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시험발사였다. 이도 미국을 향한 ‘선물보따리’다. 북한은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었다"고 미국을 향해 위협했다. 북한의 미사일은 대륙을 넘어 미국을 향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방어용 사드는 한국땅에 배치한다. 약속했던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한 문 대통령의 전격적인 사드 배치 지시로 다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한편 문 정부는 트럼프에 아부하기 위해 자발적 ‘하수인’ 역할을 철저히 수행하고 있다. 주도적 역할을 위해 운전석에 앉겠다더니 ‘대리운전’하는 꼴이 되었다. 대통령 후보시절 또 당선 직후 보여준 문재인 정부의 태도와는 전혀 다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던 문 정부는 어느덧 미국과 보수층의 눈치를 보며 실패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계승하고 있다.  

이렇게 시작부터 꼬여버린 남북문제를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풀어야 했는가?

문재인 정부 출범은 북한에게도 일말의 기대감을 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 정부는 너무 성급하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남북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남북관계는 연락채널도 완전히 단절된 상태로 서로 간의 신뢰회복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진심으로 원했다면 가장 먼저 북한과의 물밑접촉을 통해 최소한 연락채널을 복구하고, 민간교류를 시작으로 남북교류의 환경을 만들어야 했다.

또 미국과의 정상회담은 G20 정상회담과 8.15 광복절 이후로 미루고, 먼저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면서 남북교류의 물고를 터야 했다. 남북관계 회복이 우선되어야 한국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세계패권국가인 미국과의 일대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전시작전권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지 못한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결코 동등할 수 없는 종속적 관계다. 따라서 세계 정상들이 모인 국제무대에서 먼저 미국을 대면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한국에게 한없이 거대한 미국도 국제무대에선 ‘단지 하나의 국가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다른 주변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 또 국제무대에서 환영 받지 못하는 비판의 대상이다. G20이 열렸던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선 더욱 그렇다. 반면에 문 정부는 ‘촛불혁명’이라는 민주주의 시민혁명을 등에 업고 탄생한 정부로 국제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이렇게 국내의 지지와 국제무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문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희생시키면서 개성공단 재가동도 반대하는 ‘미국과의 하나됨’을 증명하느라 무진 애를 쓰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과 통일을 해야 한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기반으로 한미관계를 유지하고, 또 북미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가 외교적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문 정부는 촛불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남북 간의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미∙중 간의 빅딜로 ‘김정은 교체론’이 확산되고 있는 현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한가하게 여름휴가를 떠났다. 청와대 참모진들도 함께. 지지자들이 등을 돌린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한수경 박사  skhan987r@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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