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가운데)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비정규직 고용안정 처우개선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55세 이상 근로자,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무자 등 2800여명 학교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출산휴가 대체 인력, 배식 실무자 등 단시간·단기간 근무 비정규직의 생활임금은 시급 1만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이번 대상에 포함된 학교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시교육청 방침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대상에 이어 시교육청 대상에서도 제외된 기간제교사·강사들은 반발했다.

시교육청은 2일 학교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추진, 생활임금 시급 1만원으로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학교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20일 정부가 공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른 후속조치 성격이다. 정책 추진에 필요한 예산은 총 68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시(연간 9개월 이상)·지속(향후 2년 이상) 업무에 종사하는 학교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핵심이다. 전환 가능 대상자는 55세 이상 근로자(1388명),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무자(1306명) 등 2841명이다. 시교육청은 이달 말 실태조사를 벌여 최종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교육청 콜센터 직원, 조리사, 청소원 등 간접고용(위탁·용역) 근로자 2928명(2016년 7월 기준)에 대한 직접고용도 추진한다.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 근로자인 경우에는 노사협의체를 통해 무기계약직 전환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교육청 민원·정보 등을 처리하는 콜센터 직원(36명)부터 직접고용할 뜻을 밝혔다.

단시간·단기간 근로자의 처우도 개선한다.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임금을 현재 시급 8040원에서 내년부터 약 24% 인상한 시급 1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출산휴가 대체 인력, 도서관 연장 운영 인력, 배식 실무사 등 8개 직종 2245명이 대상이다. 시교육청은 관련 예산으로 55억원을 책정한 상태다.

비정규직 근무 환경도 개선한다. 법령에 따라 다른 교원 등 공무원(정규직)과 교육공무직(무기계약직) 출퇴근 시간의 동일 적용을 추진한다. 현재 공무원은 지방공무원법 등에 따라 8시간(휴식 1시간 포함), 교육공무직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9시간(근무 8시간+휴식 1시간)을 공무현장에 있어야 하는데 8시간으로 동일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명칭·처우 등 사서 직종을 둘러싼 문제도 해결한다. 현재 초등학교는 사서실무사, 중·고등학교는 사서로 명칭이 다른데 이를 사서로 통일할 예정이다. 사서 자격증이 없어도 근무할 수 있는 사서실무사는 자격증이 필요한 사서와 채용조건이 달라 명칭도 이원화했었다.

명칭을 통일하면서 처우도 끌어올린다. 자격증 갖춘 사서실무사의 임금은 현재 사서 수준에 맞춘다. 현재 자격증 있는 서울 초등학교 사서실무사는 전체(537명)의 78.5%인 422명이다. 시교육청은 이들의 임금 인상에 필요한 재원을 13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주최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 제외 즉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DB)

하지만 이번 정책에 대해 일부 논란도 예상된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이 있는 가운데 시교육청이 시간당 임금 1만원을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정책은 또다른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소수 학교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한 교육공무직 순환전보에 대한 반발도 점쳐진다. 시교육청은 이를 2019년 실시를 목표로 추진한다고 예고했다. 학교현장의 요구, 원거리 출퇴근자 배려, 인력 재배치에 따른 업무 효율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대다수 교육공무직들은 학교별로 제각각인 업무환경, 시스템 미비로 반복되는 입·퇴사 과정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번 정책 방향을 두고 학교비정규직 사이에서는 환영과 반발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서울지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서울시교육청의 전향적인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정책에 대해 환영한다"며 "그동안 상시·지속적 업무를 하는데도 단시간·단기간는이라는 이유로, 간접고용이라는 이유로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수많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이 말끔히 닦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비노조는 "'교육을 위한 모든 노동이 존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교육청의 지향점처럼 최종적으로 무기한 비정규직인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도 과제로 제시해 추진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기간제강사들이 포함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는 "모든 노동이 존중받도록 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취지와는 다르게 이번 발표에는 같은 학교비정규직인 영어회화전문강사나 스포츠전문강사 등은 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 "상시·지속적으로 일하지만 매년 해고위기에 놓이는 이들의 고용안정 대책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여건과 현실적인 조건에 따라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지만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최근 교육청 내 신설한 노사협력당담관을 통해 학교비정규직의 불합리한 고용과 처우 문제를 종합적이고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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