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전 KAI 사장

수백억원대 원가 부풀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금감원)도 검찰수사와 맞물려 2주동안 감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2일 "KAI의 부품원가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가 포함된 경영상 비리를 살펴보고 있다"며 "금융감독원과 유기적으로 협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KAI가 이라크 경공격기 FA-50 수출과 현지 공군기지 재건 사업 등을 수주해 하청을 준 뒤 대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받은 것처럼 분식회계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의 원가 부풀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역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회계장부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하성용 전 KAI 사장 재임 시절 이런 방식으로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 전 사장 취임 후 KAI는 2013년 이라크에 11억달러(약 1조1600억원) 규모 고등훈련기 T-50IQ 수출계약 체결, 2014년 필리핀에 4억2000만달러(약 4427억원) 규모 경공격기 FA-50PH 사업 수주 등으로 2016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검찰과 업계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31일부터 2주간 일정으로 KAI의 분식회계 관련 정밀감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KAI의 감사를 담당한 S회계법인이 회계 기준을 맞게 적용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KAI 측은 "회계법인들에 일임해서 회계처리를 해왔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중요 방산기업인 KAI의 부실이 누적될 경우 더 심각한 경영위기 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 KAI 인사운영팀 차장 손승범씨(43).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제공)

검찰은 하 전 사장이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뒷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KAI의 협력업체중 한 곳 대표가 친인척 명의로 된 차명계좌 여러 개를 관리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흐름도 추적하는 등 경영상 비리 혐의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하 전 사장의 최측근으로 비자금 조성 의혹의 '키맨'인 KAI 전 인사팀 차장 손승범씨를 1년 넘게 추적하면서 최근 공개수배로 전환하는 등 검거에도 주력하고 있다.

손씨는 처남 명의로 설계용역업체 A사를 설립한 뒤 수백억원대 일감을 몰아준 뒤 비용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하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별개로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긴 전직 경영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KAI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1일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현재 A사 대표인 윤모 전 KAI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윤씨는 2012년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생산본부장(전무)으로 재직할 당시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인 D사를 납품 사업자로 선정해 주는 대가로 이 업체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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