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과 박근혜 전 대통령(65)의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이 맞붙었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이 은밀하게 돈을 요구하고 현안을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고,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이 대가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3일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피고신 신문을 마무리하고, 그동안 특검 측과 삼성 측이 치열하게 다툰 쟁점을 모아 서로의 의견을 정리하는 '공방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삼성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는지다. 특검팀과 삼성 측은 두 사람이 세 차례 독대해 이 부회장이 최씨 일가에 298억원(433억원 약속)을 건넸다는 기본적인 사실은 인정한다. 이 돈의 성격을 두고 특검팀은 뇌물이라고 보고,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의 강압에 의한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특검팀은 판례를 들며 "위법하거나 부당한 직무집행에 대한 청탁뿐만 아니라 정당한 직무집행이라도 대가성이 인정되면 부정한 청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 번의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이 부회장은 대통령의 권한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두 사람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특히 2015년 7월25일 2차 독대에서 구체적·명시적인 청탁이 있었다고 본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은 독대라는 부적절한 방법으로 돈을 요구하고 현안에 도와주겠다는 의사가 있었다는 게 확인된다"며 "이는 직무에 대한 대가로 금전 교부를 약속하고 지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특검이 "가공의 프레임(틀)을 만들어 끼워맞췄다"며 반박했다. 변호인은 "특검은 1차 독대부터 두 사람 사이에 인식의 공유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어떠한 (독대) 대화 내용도 특정된 게 없다"며 "부정한 청탁이 성립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명시적 청탁이 이뤄졌다는 2차 독대에 대해서도 특검팀이 근거로 삼는 '대통령 말씀 참고자료'로는 독대 당시 실제로 부정 청탁 관련 말들이 오갔다는 걸 증명하는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이 각 정부 부처에 삼성에게 중요한 각 현안을 도와주라고 한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 그런 지시의 결과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는지 여부 등도 주된 쟁점으로 다뤄졌다.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은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엘리엇에 대한 경영권 방어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명시적으로 지시했다"며 "이 부회장은 이를 통해 상장 차액으로 부를 축적해 경영권 승계 관련 상속세를 마련했고, 사업구조 개편를 하면서 지주회사로 갈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 측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문형표 당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찬성 지시가 전달됐는지도 의문스럽고 문 전 이사장이 찬성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명백해보인다"며 "순환출자 고리가 짧아진 것으로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됐다고 보는 건 모호하고 추상적"이라고 반박했다.

공방을 마치면서 특검 측은 "박 전 대통령은 정상적인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는 은밀한 방법으로 자금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은 조건을 검토하지 않고도 승낙했다"며 "대가 관계가 아니라면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 신문에 들어와 삼성 임원들이 기존 진술을 바꾸면서 이 부회장이 관련되지 않았다고 말을 맞추고 있다"며 "개별 현안들은 모두 이 부회장의 이익과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지성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얼굴마담'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을 만나는 이 부회장에게 진행 경과를 보고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려면 공무원의 직무 내용이 특정되고 대가성에 대한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인식했다는 증거가 없기에 특검이 주장하는 승계작업 청탁이 있을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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