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부마민주항쟁에 참여했다가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구속된 피해자가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 수사와 기소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정모씨 등 2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정씨와 황씨는 부산대학교에 재학중이던 1979년 10월 유신헌법 철폐 등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다 같은 달 31일 긴급조치 제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

정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던 같은 해 12월 긴급조치 9호가 해제돼 석방됐고 1심에서 면소판결을 받았다. 황씨는 11월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됐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2013년 긴급조치 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고 정씨는 '면소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해 2016년 4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씨는 이에 대해 형사보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1341여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어 정씨와 황씨는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제9호에 근거한 경찰의 체포·구금으로 자신들이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각각 5억원과 1억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특히 정씨는 수사기관이 한 고문과 가혹행위 등 불법행위로 거짓 자백을 해 유죄판결을 받아 복역했고, 당시 수사와 기소·판결이 모두 불법이며 재심 결과 무죄판결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심 재판부는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임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러나 당시 경찰이 위헌 결정이 내려지기 전 긴급조치 제9호에 따라 수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시행 중이던 긴급조치 제9호에 의한 경찰의 수사는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았던 시기에 행한 것"이라며 "이 행위 자체만으로 경찰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씨는 수사기관의 가혹행위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했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황씨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손해배상청구권 시효가 소멸된다는 점을 들어 기각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정씨에 대한 재심판결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유는 긴급조치 제9호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이기 때문에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재심에서의 무죄 판결이 수사기관의 불법행위 등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은 아니다"라고 1심과 같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이들이 상고한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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