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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생존 위해 폭염과 사투' 벌이는 인천 쪽방촌 사람들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300여 가구 냉장고 없이 선풍기 하나로 버텨
4일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 마을 한 노인이 집에서 선풍기를 틀고 부채질도 같이 하고 있다.

"햇볕을 쬐면 어질어질해. 말도 못해."

작은 양산으로 햇볕을 가린 노인은 황급히 걸음을 옮기며 "뜨겁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다.

한낮의 기온이 34도까지 오른 4일 오후 2시 인천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300여가구의 주민이 모여 사는 동네지만 이런 날씨에는 낮에 좀처럼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마을 입구. 나무에 떨어져 바삭하게 말라 죽은 매미의 모습이 지금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마을을 지나는 길에 스멀스멀 아지랑이가 피어올라온다.

괭이부리마을은 6·25 전쟁 직후부터 낡고 허름한 판잣집이 모여 형성된 쪽방촌이다. 처음엔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의 정착지였지만 80년대는 산업역군이라던 도시 빈민 노동자들이,  2000년대엔 IMF 이후 실직자와 노숙인 등이 모여 사는 인천의 대표 달동네가 됐다.

'역대급 더위'를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이 마을 주민들의 여름나기가 눈물겹다. 겨울에야 연탄이든, 양말이든 월동을 돕는 손길이 이어지지만 여름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마을 한 모퉁이에 위치한 교회에서 한 노인이 큰 물통을 들고 나온다. 물통에서 차가운 물줄기가 뚝뚝 떨어진다. 그의 얼굴에도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물통처럼 차갑지 않다.

"마실 물이 없어서 교회에서 얼음물 받아 왔어" 노인이 물 한 모금 마시라며 건넨다. 꿀맛이다. 한 모금 더 마셔도 되냐고 물으니 그가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인천 만석동 괭이부리 마을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그의 집. 건장한 성인 1명이 누우면 가득 찰 정도로 작은 쪽방이다. 쪽방이지만 김치냉장고도 있고 선풍기도 있다. 더우니까 잠시 쉬었다 가라고 한다.

집에 들어온 그가 선풍기를 튼다. 바람이 뜨겁다. 바람이 뜨거운지 노인은 두 손으로 부채질을 한다. 땀이 비올듯하지만 그의 부채질이 멈추지 않는다. 더운데 어떻게 참느냐고 물자 "교회에 가면 얼음물을 준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냉장고가 없는 그에게 얼음물은 겨울의 연탄만큼 소중한 선물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그들에게 피서는 ‘생존’이다.

잘 쉬었다고 나가려고 하니 "더울 텐데 이거 써"라며 그가 쓰던 부채 하나를 건네준다. 너무 더우면 무더위 쉼터를 가보라는 말도 덧붙였다. 자기는 몸이 불편해 가기 힘들지만 건강한 사람들은 그곳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다고 한다. 에어컨도 틀어준다고 한다.

인근 반지하 방에서도 더위와의 전쟁이 이어졌다. 부인의 표정이 어둡다.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참는거야. 낮에 너무 덥거든. 저녁쯤에 가는 게 더 나은가봐"라고 남편이 귀띔했다.

쪽방촌은 공동화장실을 쓴다. 무더위에 화장실까지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주민들은 여름에 화장실을 가면 쉴새없이 등 뒤로 흐르는 땀과 코끝을 찌르는 악취는 수십년을 살아도 적응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남편은 화장실도 덥지만 밥 먹는 일도 덥다. 그는 오늘 찬밥을 먹었다. 냉장고가 없어 반찬을 보관할 수 없기 때문인지 정말 날씨가 더워서인지 알 수 없지만 여름엔 찬밥에 물을 말아 먹는 게 제일 좋다. 물을 너무 많이 말면 물배가 차 화장실을 자주 갈 수 있어 적당량 말아야 한다.

쪽방촌 주민들 모두 저마다 피서법이 있지만 그 피서법마저도 소용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아픈 사람들이다. 그들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무더위쉼터도, 얼음물을 주는 교회도 어딘지 알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갈 수 없다.

마을 출구 앞을 지나는 데 슈퍼마켓 주인이 "여기 있던 선풍기 누가 가져갔냐"며 투덜거린다. "어제 분명히 놔뒀는데 밤새 누군가 훔쳐갔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기상청은 지난 3일 옹진군과 서해5도를 제외한 인천 전 지역에 폭염경보를 내렸다. 폭염경보는 낮 최고기온이 35도 이상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각각 내려진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 더위가 ‘역대급 더위’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더 더울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5일 올해 가장 더운 날씨를 보이겠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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