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사장과 박유기 노조지부장 등 교섭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금협상 타결

여름휴가를 끝낸 자동차 업계가 임금협상을 재개하는 가운데 주요 업체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집중된다. 올 상반기 내수 부진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THAAD) 배치에 따른 중국 판매 감소 등 최악의 침체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에 따른 파급 효과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여름휴가를 마친 노사가 '23차 본교섭' 일정을 조율중이다. 현대차 노사는 여름휴가전 지난달 26일 마지막 본교섭을 가졌지만 휴가 기간 중에도 물밑 협상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 집행부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현대차 노조는 협상을 서둘러 왔다. 지난달 노조 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했지만 이달 말까지 사측과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교섭권이 차기 집행부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과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 적용 부분에서 사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초강수로 파업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아차 노조도 이미 여름휴가 전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달 17일로 예고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의 1심 결과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노조가 소송에서 이긴다면 기아차 사측은 노조가 청구한 6869억원과 함께 이자 등이 포함된 약 1조원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줘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측은 패소할 경우 사실상 3분기부터 영업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18차 교섭을 마지막으로 노조가 무기한 정회를 선언한 한국지엠도 협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판매 감소로 한국지엠의 한국 철수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생산 물량 확보, 미래발전 계획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또 최근 산업은행이 국회 제출한 '한국지엠 철수 가능성'과 관련된 보고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지엠 측은 철수설이 나올 때마다 '철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보여 왔지만 본사인 지엠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노조와 신뢰이 구축이 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 무분규로 원만한 임금협상을 이어온 르노삼성도 올해는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와 사측이 임금과 격려금 인상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여타 업체와 달리 올해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어 파업보다는 대화를 통해 협상을 이뤄낼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년간 완성차 노조의 파업 수순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이 싸늘해진 것도 각 노조가 쉽게 파업 카드를 꺼내들지는 못하는 이유"라며 "특히 올해는 파업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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