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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경 칼럼] 북미갈등과 기로에 선 한반도, 전쟁인가? 평화인가?실패한 ‘제재와 압박’ 아닌 '평화협정'으로 가야

북미 간의 갈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로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북한은 '괌 포위사격', 미국은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등 서로를 향해 ‘말폭탄’을 날리며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제재와 군사적 압박으로 북한이 무릎을 꿇고 굴복하기를 기대하나, 이를 조롱하듯 북한은 미국영토 타격을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도 압박과 제재를 통해 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인데, 이는 상대방의 '목을 조르고 때리면서 대화하자’는 것과 같다.   

이런 제재와 압박 전략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유엔 안보리가 지난 7월 북한의 2차에 걸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에 대응해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했다. 이 신규 결의안은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 철광석 등 자원수출과 해외 노동자 송출을 금지한다. 이는 북한의 연간 대외 수출액 1/3인 약 10억 달러 (약 1조1260억원) 가량을 차단하는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가 얼마나 효과가 있겠는가?    

이번 대북제재 결의는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087호(2013년), 2094호(2013년), 2270호(2016년), 2321호(2016년), 2356호(2017년)에 이어 8번째나 된다. 지난 10년 동안 국제사회가 유엔 결의안을 채택해 북한을 제재해 왔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결과는 오히려 북한을 핵개발에 매달리도록 내몰았을 뿐이다.

북한은 유엔 제재결의에 대해 "만일 미국이 우리를 압살해보려는 무모한 시도를 걷어치우지 않고 경거망동한다면 우리는 그 어떤 최후수단도 서슴지 않고 불사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한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케트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강화의 길에서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곧이어 북한은 ‘괌 포위사격’을 공표했는데, 굴복은 커녕 미국과 한판 붙어보자는 심산이다.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 ICBM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북한은 미국에게 평화협정을 요구해 왔다. 한국전쟁은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한 채 휴전협정을 맺음으로써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료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은 평화협정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미사일 시험 중단을 내걸었다.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이 대미 협상카드인 핵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명하고, 쿠바, 리비아, 시리아도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하며, 전쟁과 경제적 제재와 압박을 가해 왔다. 그동안 북한은 독재자인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제거되는 것을 봐왔다. 또한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가로 지목된 ‘핵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의 최후가 어떠했는지 목도한 북한이 바보가 아닌 이상 미국의 요구를 그냥 수용할 리 없다. 북한에겐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경제적 제재와 압박 그리고 무시전략을 펴왔으나, 이러한 전략은 모두 실패했다. 사실상 남은 것은 ‘전쟁’ 아니면 ‘평화협정’ 뿐이다.    

물론 북미 평화협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평화협정이 영원한 남북분단을 초래한다는 입장이거나, 혹은 베트남 사례를 들며 중국과 북한의 야욕으로 적화통일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서독은 동독체제를 인정했지만, 독일통일을 이룩했다. 또 우리는 베트남 전쟁 당시의 동서냉전시대가 아닌 국제관계가 얽히고 설킨 글로벌시대에 살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70년대의 한국도 아니다.   

북한에게 북미 평화협정은 북한체제에 대한 인정이며 생존권보장이지만, 한반도 주둔의 명분을 상실한 미국에겐 동북아지역에서의 영향력 축소를 의미한다. 즉, 세계패권국가인 미국의 위치가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미국이 이를 쉽게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세계패권 유지를 위해 언제까지 남과 북이 적대적으로 대결해야 하는가?

지난 7월 7일에 유엔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에 193개국 중 122개국만이 찬성했다(파란색). 참석한 네덜란드는 반대(빨간색), 싱가포르는 기권했다(검정색). 불참한 국가는 69개국으로 모든 핵보유국들과 네덜란드를 제외한 나토회원국들이다(회색). (그래픽: NordNordWest/ccl)

더욱이 북한의 핵포기만을 요구하는 핵보유국가들의 위선적 행태는 어떤가?

지난 7월 7일 유엔의 ‘핵확산금지조약’을 대체할 ‘핵무기금지조약’이 122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되었으나, 핵보유국들은 모두 불참했다. 북한을 ‘악마화’하며 한반도의 비핵화를 외치는 국가들이 정작 핵금지 협상을 외면해 국제적으로 상당한 비난을 받았다. 더구나 미국은 “핵금지는 비현실적”이라며 유엔의 핵무기금지 협상을 주도적으로 보이콧한 국가다. 유엔의 ‘핵무기금지조약’ 채택에 불참한 핵보유국들은 독일에서 열린 G20회담에 참석해 회원국들 간의 결속을 다지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규탄했다. 또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최강의 핵무기보유국이라며 북한을 위협한다. 이 얼마나 위선적인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제관계에선 무엇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전쟁을 부르는 북미갈등이 한국에겐 절대 이익이 될 수 없다! 설사 전쟁에 승리한다 한들 뭣하겠는가? 수많은 생명을 잃고 폐허가 될 한반도에서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대북 압박을 강조하나, 한국은 미국, 일본과는 입장이 다르다. 전쟁은 미국, 일본 땅이 아닌 한반도에서 발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전쟁은 미국에겐 최소한 패권유지와 무기업자들의 배를 불릴 먹잇감을 제공하고, 일본에겐 자위대의 영향력을 한반도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전쟁 이후엔 폐허가 된 한반도 재건을 위해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진출해 또 이득을 본다.

반면에 한국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단지 북한과의 공멸이다.

최근 미국은 북한을 빌미로 ‘세컨더리 보이콧’과 ‘슈퍼 301조’를 꺼내며 중국에 대한 경제재제와 무역보복, 그리고 러시아 압박을 계획하고 있어 동북아 정세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결국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 지역은 한∙미∙일과 북∙중∙러 대치의 신냉전체제로 변화될 위험성도 농후하다. 이것이야 말로 남북분단을 공고히 할 뿐이다.   

게다가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예방전쟁(preventive war)까지 거론하며 북미 관계가 악화일로에 놓여있다. 일본도 북한미사일 공격을 거론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형님 트럼프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북한 때려 달라’며 북한을 자극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전쟁 절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평화협정을 위한 국제적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트럼프처럼 무모한 부시가 감행했던 2003년 ‘예방전쟁’의 희생양이 된 이라크처럼 한반도가 또다시 희생양이 돼선 절대 안 된다!

불행하게도 청와대에선 전술핵 재반입과 김정은 정권교체를 운운하며, 위험천만하게도 전쟁을 한반도로 부르고 있다. 이제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쟁인가? 아니면 평화인가?

 

한수경 박사  skan98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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