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 장악 음모 및 적폐 인사에 대한 검찰 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정방송과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는 MBC 구성원들의 제작중단 사태로 빚어진 뉴스·시사 프로그램 결방사태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으로 번질 태세다.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MBC 드라마 PD들이 이날 오후 4시 긴급 총회를 열어 제작중단 동참 여부를 논의한다. 이어 예능·라디오 PD들이 오는 21일 오후 총회에서 제작중단과 향후 행동방향을 결정한다.
  
총회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드라마·예능·라디오 PD 역시 제작중단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PD수첩 제작진이 지난달 제작중단 첫 테이프를 끊은 이래 MBC 안팎의 기류가 숨가쁘게 돌아가면서 작금의 상황은 총파업 전야를 방불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무한도전 등 예능프로그램도 결방될 수 있다. 무한도전은 2012년 170일간 총파업이 이어지면서 6개월간 결방된 적이 있다. 당시 사측은 외주제작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날까지 300명 넘는 MBC 기자·PD·아나운서 등이 제작 또는 업무를 중단하는 중이고, 곧 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 투표가 예정돼 있다.

지난달 21일 제작자율성 침해에 반발한 'PD수첩'을 시작으로, 시사제작국·콘텐츠제작국 소속 기자·PD 60여명, 지난 9일 이른바 'MBC판 블랙리스트' 사태로 영상기자회 카메라기자 50여명이 제작중단을 선언했다. 

제작 자율성 침해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제작거부 사태가 기자들의 성향·파업 참가여부에 따라 등급을 매긴 '블랙리스트'가 폭로되면서 일파만파 번진 것이다. 이어 11일부터 보도국 소속 취재기자(150명)의 절반이 넘는 80여명, 지난 16일부터 비(非) 보도국 기자 66명이 업무 거부에 동참했다. 18일엔 언론노조 소속 아나운서 27명이 출연·업무중단에 돌입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조합사무실에서 열린 'MBC 블랙리스트, 고영주가 지시했다' 기자회견에서 박경추 아나운서가 김장겸 MBC 사장 해임 및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2017.8.16

그 사이 지난 2월 사장 선출을 위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당시 고영주 이사장 등이 언론노조원 등에 대한 업무 배제를 노골적으로 요구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오는 24~29일 총파업을 위한 투표를 실시한다. 벌써 MBC 편성PD 30여명은 17일 열린 총회에서 총파업 동참을 만장일치 결의한 상태로 파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MBC 사측은 전날 정책국·시사제작국 등에 있던 경력기자, 편집인력들을 대거 보도국으로 발령냈다. 보도국 소속 기자 절반 이상이 제작을 거부하면서 뉴스 결방이 잇따르자 고육책으로 인력을 끌어모은 것이다.
 
사측은 기자들의 제작 중단선언 직후 취재·영상기자 등 기습 채용 공고를 냈다가 '쟁의행위 기간 중단된 업무수행을 위한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이라는 고용당국의 제재로 수일만에 취소하기도 했다.
 
사측이 전날 언론노조 소속 김민식 PD에게 내린 징계를 두고도 MBC 체제가 전 같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민식 PD는 전날 MBC 인사위원회로부터 '출근정지 20일' 징계 결정을 통보받았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징계 자체는 부당하지만 "과거 이정도 사안이면 훨씬 높은 수준의 징계가 내려졌을 것이다. 무너져가는 김장겸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한 김PD는 2012년 파업 후 드라마국 밖을 전전하다 지난 6월 사옥 안을 돌아다니며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외친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생중계했다가 인사위에 회부됐다. 김PD는 이번 징계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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