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피고인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두 피의자의 결심공판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검찰 구형과 재판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건 주범의 심신미약 여부다.

검찰은 A양의 범행이 지나치게 잔혹한 데다 계획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A양이 줄곧 아스퍼거 증후군 등으로 인한 심신미약 범죄를 주장하며 대립하면서 재판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번 사건의 주범인 A양(16·구속기소)에 대해 소년법으로 적용할 수 있는 최대 형량인 징역 20년을 구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A양 측은 평소 앓고 있던 정신질환인 아스퍼거 증후군 등이 발현돼 발생한 우발적 범행이라고 대립하고 있다.

만약 재판부가 A양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A양의 형량은 검찰 구형의 절반 수준 가까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A양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범행의 수법이 잔혹한 데다 미리 범행 전 완전 범죄를 위해 범행 동선과 CCTV 위치 등을 미리 파악하는 치밀함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A양이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적 기질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검찰이 이번 재판 증인으로 채택한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과 교수의 증언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A양을 심리분석한 김 교수는 법정에서 “A양이 (자신의 범행에 대해) 말로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별다른 죄의식을 보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수감생활로 허송세월하거나 (봄에) 벚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려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A양이 그동안 수사 단계에서 주장했던 조현병, 다중인격, 아스퍼거 증후군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A양은 "환청을 듣는다"고 주장했지만 면담 시간 동안 그러한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다중인격은 각 인격이 서로의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A양은 각 인격이 한 행동을 또렷이 기억했다.

아스퍼거 증후군 주장에 대해서는 "진짜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면 지금까지 초·중등학교생활을 잘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A양의 학교생활기록부에는 A양이 초등학생시절 영재교육을 받았고 친한 친구들도 4∼5명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을 맡고 있는 재판부의 성향도 심신미약으로 인한 범행 가능성을 인정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케 한다.

이번 사건을 맡은 재판부인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가 최근 심신미약을 주장한 살인죄 피고인들에 대해 이를 받아주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재판부는 올해 7월 자신에게 욕설하고 때리는 아버지를 무자비하게 때려 숨지게 한 32세 장애인 아들에게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아들은 2012년부터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아 정신과 치료와 함께 정신장애 3급 진단을 받은 점 등을 내세워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전날과 당일의 행적을 비교적 상세히 진술하고 있다”며 “범행 당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행동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 재판부는 올해 5월에는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시신 일부를 절단하고 장기를 훼손한 24세 대학생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그는 2015년부터 병원에서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주기적으로 치료 받았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소통 등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이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수사기관에서의 태도나 구치소에서의 행동을 고려하면 현재의 정신병적 증상을 개선할 의지나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심신미약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더라도 재범의 가능성이 높거나 범행 당시의 현실 인식 등이 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다면 얼마든지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A양의 결심공판은 오는 29일 4시에 열릴 예정이다. 공범인 B양(18·구속기소) 역시 같은 날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인천의 한 법조인 관계자는 “A양의 범행이 워낙 잔인하고 치밀했기 때문에 현 재판부가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재판부의 판단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A양은 지난 3월29일 낮 12시47분께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C양(8·사망)을 유인해 공원 인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로 구속기소됐다.

A양과 사전에 범행을 공모한 B양은 범행 당일 오후 5시44분께 서울의 한 전철역에서 A양을 만나 살해된 C양의 사체 일부를 건네받은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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