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30일 서울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수능 절대평가 반대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최종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개편의 최대 화두인 절대평가 확대범위를 놓고 막바지 찬반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찬반 양측이 잇따라 설문조사 결과나 성명을 발표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양측은 '수능 개편 유예'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절대평가 확대범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30일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0명 중 8명은 영어·한국사만 절대평가로 치르는 현행 수능시험체제를 유지하길 원한다는 내용의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 초·중·고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4일부터 28일까지 초·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371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77.8%가 교육부 개편시안(1, 2안)이 아닌 현행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꼽았다. 1안은 총 7과목 중 4과목만 절대평가, 2안은 전 과목 절대평가가 핵심이다. 같은 조사항목에서 1, 2안을 선택한 비율은 각각 12.0%, 10.1%을 기록했다.

특히 이번 수능개편 적용대상인 중3 학부모(574명 응답)도 73.9%가 현행유지를 택했다. 1안은 12.6%, 2안은 13.5%으로 각각 조사됐다.

수능개편안 동의 정도에 대한 질문에는 1안의 경우 조사대상의 74.4%가 반대했다. 찬성비율은 9.5%에 머물렀다. 2안은 84.0%가 반대, 8.7%가 찬성이었다.

설문조사 분석을 진행한 양정호 성균관대교수는 "이번 설문을 통해서 대다수의 학부모는 물론 특히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1, 2안에 반대하고 현행 시험체제 유지를 희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교육제도의 변화, 특히 수능개편과 같은 중대사안은 학교현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교육당국은 핵심 당사자인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반대하는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국민모임)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제시한 수능 개편안 1, 2안은 개편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지금이라도 개편안을 폐기처분해 수능을 전 과목 상대평가로 전환하고 정시전형을 대폭 확대하는 제3의 방안을 제시·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모임은 "사실 수능개편보다 더 시급한 게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개편하는 것"이라며 "금수저·깜깜이전형으로 비판받는 학종의 폐단을 시정하는 계획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등 10개 단체 소속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전날에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찬성하는 교육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등 10개 교사·교육단체는 전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교육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이번 수능개편안 1, 2안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음을 받아들여 (발표를 유예한 뒤) 보다 발전적인 수정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 과목 절대평가의 장점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10개 교사·교육단체는 "절대평가에서는 응시자의 학력수준이나 각 등급의 획득 인원 수와 관계없이 성취수준에 따라 자신의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어 무한경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대입 영향력 축소로 인해 학생 중심의 참여수업, 협력과 공동학습 등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 과목 절대평가로 추진하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수능 변화에 따라 고교교육이나 대입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번 개편에서는 시행 과목과 평가방식만 제시해 혼란을 자초한 꼴이 됐다"며 "좀 더 발전적인 방향이 담긴 수능개편 수정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전 과목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함께 핵심 보완사항으로 꼽히는 대입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혁신적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소 4과목 이상 절대평가를 하는 수능개편안은 기존(2과목 절대평가)보다 절대평가 과목이 늘어난다. 대학 입장에서는 변별력이 떨어져 수능 위주의 정시전형을 축소하고 학종 중심의 수시전형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사걱세는 "수능이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돼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변별력 약화에 따른 학종확대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소위 '금수저·깜깜이·불공정' 전형으로 비판받는 학종을 개선하지 않으면 수능제도를 개편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들은 학종문제 개선을 위해 이른바 '학생부 교과정성전형'의 도입을 주장했다. 이는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성적, 교과 세부특기사항, 정규동아리 활동만으로 정성평가를 하는 전형이다. 현재 주요 학생부 항목으로 꼽히는 수상경력, 자격 및 인증, 자율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 등은 빠지는 셈이다.

이와 함께 학종과 연계된 입시요소인 수능 최저학력기준과 면접 및 구술고사의 폐지를 요구했다. 학종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부 산하에 '대학입시 공정관리위원회'(가칭)를 두자고도 제안했다.

사걱세는 "교육부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학종 쇄신안과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연말까지 마련해 확정 발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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