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에도 상상적 경합(想像的 競合)을 적용해 하나로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각하를 결정했다.

헌재는 31일 형법 제40조(상상적 경합)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40조(상상적 경합)는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가령 A가 B를 살해하려고 휘두른 흉기에 B가 사망(살인죄)하고 옆에 있던 C도 숨질(과실치사죄) 경우, 형이 더 무거운 살인죄로 처벌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사건과 같이 다중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에 대해서 상상적 경합을 적용하는 것은 책임에 적합한 처벌을 방해하고 피해자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법령 자체에 의해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여야 한다"며 "법령조항이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으므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우리 형법은 상상적 경합의 처벌에 관해 이른바 흡수주의 처벌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병과주의나 가중주의 등이 아닌 처벌방식을 채택해 처단형의 범위가 넓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이로 인해 사망한 피해자들의 부모인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거나,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광주지방법원은 2014년 11월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고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선장과 선원 등 15명에 대해 승객 293명의 유기치사에 대한 유죄판결을 선고했으나, 형법 제40조를 적용해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피해자 한 사람에 대한 유기치사죄에 정한형으로만 처벌했다. 법원은 이 선장에 대해서는 징역 36년, 나머지 선원들에 대해서는 징역 30년~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후 범죄사실이 살인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선박 교통사고 도주 후 치사 또는 치사 후 도주) 등으로 변경됐으나 형법 제40조가 적용된 항소심을 거쳐 이 선장은 무기징역, 나머지 선원들은 징역 12년~1년6개월 등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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