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사퇴한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일 자진사퇴하고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주식대박 논란'에 휩싸였던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헌법재판소를 통해 "저의 문제가 임명권자와 헌재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며, 제가 생각하는 헌법재판관으로서 역할도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후보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후보자의 사퇴는 문재인 정부 들어 5번째 고위직 인사의 낙마다. 앞서 지난 6월5일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각종 구설에 휘말려 사퇴했고, 안경환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여성비하 저서 및 강제결혼 논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및 사외이사 불법 겸직 논란,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황우석 사태' 연루 논란으로 각각 사퇴한 바 있다. 

역사관 및 창조과학회 활동 등 박성진 후보자에 대한 논란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후보자는 전날(8월31일) 기자회견을 갖고 뉴라이트 사관 논란에 대해 "역사에 무지해 생긴 일"이라고 고개를 숙였고, 창조과학회 활동 논란에 대해선 "창조론이 아니라 창조신앙 자체를 믿는 것으로 창조론이나 진화론에 대해서 한 번도 연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 등 야당은 물론 여권 지지층 내에서도 박 후보자에 대한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4차 혁명을 이끌 중소벤처기업부에 4차원 인사가 웬 말이냐"라고 박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했고,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후보자 인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와 연립정부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진 중소기업 벤처부 장관 후보자.

청와대는 일단 박 후보자에 대해선 "박 후보자와 관련한 여러 의문 제기가 있음에도 장관 업무수행에 지장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결정적 하자는 없다"며 기존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박 후보자가 정치적 성향이 강한 '뉴라이트' 인사가 아니라 "생활보수"라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교육부장관이 아닌 이상 보수 입장을 갖고 있다고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국무위원 내에서도 다양성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또 다시 문 대통령의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재차 거론되고 있다. 언론에서 쉽게 발견하는 문제들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그간 낙마 사태 때마다 지적돼 왔고, 그때마다 청와대는 "시스템을 보완할 것"이라는 답변을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에서도 또 다시 문제가 되풀이된 것이다.

만약 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또 다시 낙마로 이어질 경우,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 등 인사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당장 야당에선 "인사 참사에 대해 청와대 책임자를 문책하고 시스템 전체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미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 처리 당시 야당에 양해를 구한 바 있는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입장을 표명하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를 감안한 듯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인사발표 전에 이뤄졌던 검증과는 별도로 박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들을 다시 살펴보는 '재조사'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일각에서 박 후보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했다는 설이 제기돼 조사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인사 논란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인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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