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장 초청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 특별강연 '동북아 현실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에서 정세균 의장, 슈뢰더 전 총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7.9.11

독일의 개혁 총리로 알려져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11일 국익을 위해서는 정치 지도자가 선거에서 실패할 수 있는 위험성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재단법인 여시재 등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대담에서 "포괄적인 개혁을 하다보면 (국회의원들은) 의석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며 "정권과 정치적 입지를 잃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노동조합, 사용자단체 등을 수년간 설득했지만 타협하지 못했던 사례를 들며 "타협·양보하지 않으려는 집단들도 있는데 반드시 필요한 개혁이라면 정부가 주도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국회의장이나 당 지도부 등에서 반대세력에 대해 경우에 따라 '부드러운 압력'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정당을 이끄는 위치에 있는 (지도부가 가진) 여러 권한을 활용하는 등 결단력과 단호한 태도가 중요하다"며 "독일에서는 의석 수의 절반은 리스트를 통해 선출되는데 리스트 수립과정에서 부드러운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우리나라의 정치상황에 관심을 보이며 "한국은 경험이 많지 않은데 연정과 같은 형태의 협력이 가능한가"라고 정 의장에게 질문을 건네기도 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의장 초청 특별강연 '동북아 현실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에서 한국사회의 사회적 대타협을 주제로 정세균 의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2017.9.11

이에 정 의장은 "우리나라는 양당으로 돼 있었는데 (20대 국회에서) 5당 체제·교섭단체 4당 체제라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며 "독일의 대연정과 소연정을 많이 연구하고 있고 우리가 실패하지 않고 잘 대응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협치를 통해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하며 정당간 대화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의회와 정부간 협치는 아직 걸음마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인데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통해 한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 국회라는 평가를 받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후 이어진 '동북아 현실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이란 주제로 진행된 특별강연에서 과거 독일의 사회적 대타협 경험을 토대로 분열된 한국 사회의 통합과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방안 등을 제시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 등으로 인한 현 안보위기 상황과 관련해서는 "변함없이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한국이) 계속해서 대화의 손을 내밀고 있는데 힘겨운 길이지만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러시아·중국 세 나라가 공동의 전략을 갖고 북한을 대해야 하는데 대화와 제재의 균형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지만 세 나라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북한에 정치적 압력을 충분히 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개성공단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대화 재개의 시초는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한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데 동시에 북한의 의지도 고려돼야 한다. 현실적인 대안인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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