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청와대가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 야당을 향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며, 새 정부 출범 뒤 인사표결이 부결된 것도 이번이 첫 사례다.

청와대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간 회동,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과 같은 '협치' 메시지를 내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잇따라 마이크를 잡고 작심한듯 격분에 가까운 날선 말들을 쏟아냈다.

이는 야당의 '발목잡기' 움직임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자,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야당의 반대가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내부 분열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여당은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며 또 이번 일을 이유로 청와대 내부인사를 문책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소식이 전해진지 1시간30분쯤 지난 오후 4시30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어두운 얼굴로 섰다. 검정 정장에 검은 바탕 넥타이를 맨 채였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윤 수석은 이어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 책임이 어디있는지, 누구에게 있는지 국민께서 가장 잘 아실 것"이라고 야당을 정면 겨냥했다.

윤 수석의 입장발표가 끝난 후 30여분이 지난 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도 언론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전 수석 또한 야당을 겨냥 "한국의 헌법질서를 수호할 헌법기관장 인사를 장기표류시킨 것도 모자라 결국 부결시키다니 참으로 무책임한 다수의 횡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두 인사의 메시지에 대해 "청와대가 지금까지 (야당을 향해) 메시지를 낸 것 중 가장 강경하고 톤이 높은 비판"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표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국민의당에 실망감이 상당한 눈치다.

다른 당이기는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더군다나 진보·호남(전북 출신) 인사인 김 후보자에 대해 출석의원 39명 중 최소 22명이 반대나 기권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 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안철수 체제'로 탈바꿈한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다 호남민심을 역행하는 '자충수'를 뒀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사태에 따라, 청와대가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어떤 입장을 세울지도 주시되고 있다.

박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날 현재 진행 중이며,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특히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 후보자의 우군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창조과학회 활동, 뉴라이트 역사관 등에 대해 탐탁지 않은 입장이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입장 선회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편, 청와대는 야당과의 협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병헌 수석은 "지금도 대화와 소통의 문이 얼마든지 열려있고 우리는 대화와 소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당도 말로만 협치를 얘기하지 말고 행동으로 협치를 실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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