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집중호우로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아파트 인근 도로가 침수돼 부산시 관계자가 배수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 지역은 이날 오전 7시쯤부터 시간당 8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2017.9.11

11일 내린 기록적 폭우로 부산시 전역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이날 강수량이 부산시 하수도 설계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기상이변에 대비한 하수도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원 확보 등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부산 영도구는 358.5㎜, 가덕도 284㎜, 해운대 233㎜, 북항 248㎜, 남구 대연동 272㎜의 비가 내렸다. 부산 대표 관측기관인 대청동 관측소에는 일일 강수량이 264.1㎜로 기록됐다.

특히 이날 오전에만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 위에 물이 불어나 차량이 떠다니고 주택 건물이 연달아 붕괴되는 등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부산지역에 내린 호우 피해와 관련해 624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온천천, 부산진구 부암동 등 일부 저지대 도로는 완전히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기는 등 도로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물난리 원인으로 시간당 최대 100㎜가 넘는 폭우가 꼽힌다.

부산시의 하수도는 2012년 바뀐 하수도 설계기준에 따라 30년 빈도를 기준으로 시간당 95㎜의 강수량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치됐다. 30년 빈도란 30년 만에 1번 발생할 수 있는 강수량을 의미한다.

처리 가능한 강수량을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심 곳곳이 물에 잠긴 것이다.

실제 비 처리 기능은 부산시 기준보다 떨어진다. 설계기준이 바뀌기 전인 2012년 전 설치된 하수도는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시간당 60~80㎜의 강수량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시내 곳곳에는 2012년 이전에 설치된 하수도와 이후 설치된 하수도가 산재해 있으며, 시는 2012년 이전 설치된 하수도 개선 및 새로운 하수도 설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실제로 시간당 60mm와도 넘치는 구간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한계를 인정했다.

이로 인해 하수도 처리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부산시는 재원 확보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사업진행에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의 하수도 개선 및 설치는 2~3년에 걸쳐 진행된다. 예산은 국비 매칭으로 전체 사업비의 20~30%를 중앙정부에서 지원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업 기간이 길고, 국가 예산의 한계로 인해 매년 예산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또 매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예산 배정이 더욱 줄어들어 신속한 사업 진행이 어렵다.

시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하면서 "내년도 예산도 5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내 16개 구·군을 지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하수도 개선 사업은 진행하기 쉽지 않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이 같은 큰 일이 발생하면 사업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예산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며 시민들과 정치권의 지속적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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