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제공) 2017.9.17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순방을 하루 앞둔 17일 예정에 없던 입장문을 발표하며 야당을 향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 직접 발표가 아닌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대독하는 형식을 취했으나 주요 공직후보자 인준을 위해 대통령 입장문을 낸 것은 처음이다. 이에 그의 '정면돌파 카드'가 야당의 협조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땡깡' 등 발언논란과 관련해선 침묵을 지켜 김 후보자 인준의 열쇠를 쥔 국민의당의 마음을 얻기엔 부족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유엔총회장으로 향하는 제 발걸음은 한없이 무겁다"며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인준 문제도 제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고 운을 뗐다.

잇단 북한 핵·미사일 도발로 국제정세 불안정성이 높아진 가운데 인사 문제로 국내적 악재까지 겹친데 따른 답답함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사법부 새 수장 선임은 각 정당간의 이해관계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3권분립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하는 인준 절차에 예우와 품위가 지켜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각 당이 국회 전체의 입장에서 사법부 수장 후보자를 바라보기보다 서로의 이해 문제로 보는 것 아니냐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초유의 사법수장 공백이 우려되는 현 사태의 배경에 각 정당의 당리당략이 걸려 정쟁화되는 문제가 걸려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 인준을 압박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다만 말미엔 "그동안 국회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했던 것 같다"며 "인준권한을 가진 국회가 사정을 두루 살펴 사법부 수장 공백이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몸을 낮췄다.

문 대통령은 출국을 하루 앞두고 사법수장 공백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판단, 방미 중 별도 메시지를 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입법부를 향한 '마지막 호소'를 했다는 게 청와대 고위관계자 설명이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이 사상 초유로 부결된데 이어 김명수 후보자 낙마도 거론되자 국회와의 소통 부족에 책임감도 느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최종 발표 전 마지막 단계에서 입장문을 직접 손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민의당이 요구한 추 대표의 '막말 발언'에 대한 사과나 보수야당이 주장한 인사라인 문책 등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응답은 없어 야당의 협조를 어느 정도 이끌어낼진 미지수다.

당장 국민의당은 당장 김철근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회를 압박하지 말라"며 "청와대는 추 대표의 막말 사과 버티기로 한 걸음도 못 나가고 있음을 모른척하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의 방조 또한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자유한국당은 김 후보자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문 대통령의 협조 요청을 "사법부 장악 의도"(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라고 깎아내렸고, 바른정당은 "국외에 나가며 몽니 박듯 선언하는 모습"(이종철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민의당의 추 대표 사과요구를 대통령 입장발표로 갈음하냐는 질문에 "그건 원내대표들이 국회 협의로 잘 풀어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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