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故 이현준, 故 박경근 마필관리사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7.8.2

최근 마필관리사 2명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열악한 근로여건 문제가 불거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가 최근 5년간 62건의 산재를 은폐하는 등 노동법령을 다수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부산경남본부에 대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일까지 특별감독을 한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525건과 근로기준법 위반 107건 등 632건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우선 고용부는 지난 5년간 응급센터를 통해 후송된 마필관리사 등 근로자 107명을 조사한 결과, 총 62건의 산재가 보고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존 산재 처리 건수는 83건이었는데, 이의 74.6%에 달하는 산재가 미보고된 것"이라며 "공상처리를 통해 산재를 광범위하게 은폐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 같은 산재 은폐가 마사회의 마방(외양간) 평가시 산재율이 들어가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평가 기준 개선과 재발방지계획 수립 등을 권고했다. 

마사회 부산경남본부는 안전보건관계자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안전 관련 규정도 작성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안전관리시스템이 허술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에 고용부는 본부 측에 경영방침에 '안전경영'을 명시하고 안전보건업무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을 보강하도록 했다. 

시설관리와 관련해서는 보일러, 크레인 등 위험기계·기구(78대)에 대한 방호조치와 조명탑, 방송중계탑, 폐수처리장, 소각장 등(47곳)에서 작업시 추락재해방지 조치가 불량한 것으로 확인돼 작업중지 및 사용중지를 했다.

아울러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측정장비 구비 △물질안전보건자료 비치·교육 △작업환경측정 △특수건강진단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근로자 건강보호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에 따르면 마필관리사, 기수 등 종사자의 직무스트레스는 고용 및 임금구조의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직무불안정 부분에서 높은 수준이고, 마필관리사의 34%는 우울수준이 '고위험군'으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19일 오후 부산 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에서 열린 고(故) 박경근, 이현준 마필관리사의 노제에 참석한 유가족과 동료들이 애도를 하고 있다. 2017.8.19

임금 미지급, 최저임금 위반, 차별적 처우 등도 다수 확인됐다. 

마사회 비정규직근로자(단시간·기간제 등) 865명의 임금 산정 오류로 임금 3400만원이 미지급됐고, 단시간근로자 62명에 대해 최저임금을 위반했다. 

또 마필관리사의 시간외 수당 등을 7100만원 가량 적게 지급하고,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을 6000만원 가량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관련 255건은 사법처리했고, 270건에 대해서는 4억661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또 근로기준법 위반 51건은 사법처리를 했고 1건은 시정조치(차별시정), 55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4940만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부산경남본부장 4명(전임 본부장 3명 포함) 및 협력업체 대표 1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입건할 예정이다. 

김부희 고용부 산재예방정책과장은 "마사회 자체 혁신계획 수립을 지도해 노동관계 전반의 체계적인 개선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10월 중 서울·제주본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부산경남본부에서 일했던 마필관리사 박경근씨와 이현준씨는 지난 5월27일과 8월1일 각각 스스로 목숨을 끊어 마필관리사들의 저임금 장시간노동 등을 놓고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이에 고용부는 35명의 특별감독관을 편성해 부산경남본부 사업장 전체를 감독했다.

뉴스1  webmaster@newstour.kr

<저작권자 © 뉴스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