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숙소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NHK 캡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최근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북미 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그로 인한 대북 제재로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흐르던 북미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단순한 접촉 수준의 대화라면 별 의미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

23일(현지시간) 일본 TBS·아사히 등 외신에 따르면 최 국장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원 학생들을 상대로 한 비공개 연설에서 "북미 간 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물밑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외교가의 관측을 최 국장이 처음 확인한 셈이다.

최 국장이 북미 간 대화가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밝혔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별다른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력한 추가 도발 시기로 꼽혔던 노동당 창건일(10월 10일)과 중국의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 개막일(10월 18일)도 조용히 넘겼다.

최근까지 매체를 통해 대미·대남 비난 논평을 쏟아내고 있긴 하지만 무력 도발 이후 짧으면 사흘만에도 추가 도발을 감행하던 북한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이례적이다.

최 국장의 이번 발언은 최근 상황과 맞물려 악화일로를 걸어오던 북미 관계가 서서히 변화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도 최 국장의 발언을 한반도 안보 현실에 있어 긍정적인 흐름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양국의 관계가 향후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코너에 몰린 북한이 '암중모색(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어 찾는다)'의 자세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장은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최선희의 발언에 비춰볼 때 실제로 북미 간 비공개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대화를 진행할 의향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도 "북미 간 물밑 접촉이 향후 양국의 대화 방향에 있어서 나쁜 일은 아니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최근 북미 관계가 강대강 국면으로만 가는 상황에선 조금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북미를 포함한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모여 진행된 국제 핵 비확산 회의에서 북미 양국이 한반도 상황과 관련한 대화를 비공개로 진행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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