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김동철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긍정적이던 국민의당이 최근 '연대'로 가닥을 잡으면서 바른정당 자강파의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바른정당 자강파는 애초부터 통합까지 '산 너머 산'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연대가 현실성 있는 방안이라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당의 진로가 외부에서 결정되는 듯한 모습에는 불편한 기색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가치와 정체성이 공유되는 수준에서 연대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연대에 방점을 찍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호남 중진들의 반발에서 비롯됐다. 지난 18일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소의 여론조사가 언론에 공표된 이후 양당 통합론은 급물살을 탔다.

여기에 안 대표와 바른정당의 대주주인 유승민 의원도 긍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이 상수로 떠오르는 듯했다. 보수진영에서 논의되던 자유한국당-바른정당 통합에도 일부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유 의원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탈(脫)호남, 햇볕정책 폐기를 사실상 통합의 조건부로 제시하면서 분위기는 반전했다.

국민의당 내 호남 중진들은 탈당까지 시사, 극단적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최근에는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려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 정책연대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안 대표에게 전달했다. 이로써 사태는 봉합 국면을 맞았지만 당내 갈등의 불씨는 잔존해 있다.

25일 열린 국민통합포럼세미나. 정운천 바른정당 최고위원(오른쪽부터), 주호영 권한대행,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언주 의원

바른정당 자강파도 통합론이 급진적으로 추진되는 것보다는 정책연대를 시작으로 한 선거연대가 현실성 있다는 입장을 지닌 듯하다. 양당 통합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국민통합포럼'이 이날 오전 회의를 열어 내년 지방선거에 앞서 정책연대를 본격 추진하기로 한 것이 그 근거다.

국민의당 원내 지도부와 바른정당 당 지도부는 이날 포럼에 참석해 공동정책협의체를 만들자는 아이디를 공유했다. 바른정당 다른 관계자도 최근 "국민의당과 안보 등에서 거리감이 있어 정책연대부터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다만 의석수에서 앞선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 논의를 꺼냈다가 연대로 바꾸는 모양새는 다소 불편하다는 입장도 일부 감지된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국민의당과 합당 논의가 (바른정당)의사와 무관하게 보도됐다가 식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바른정당이 배가 고픈데 그렇다고 생쌀을 먹으면 배탈이 난다"며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과 상호간 신뢰가 축적되면 어느 당과도 통합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가 양당 통합이 현실성 있는지 판단하는 가늠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막판에 안보관으로 서로 부딪힌 만큼 향후 연대를 넘어 실제 통합이 추진될 시 해당 의제가 또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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