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정치 행사가 예정된 11월은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북한이 한달 보름 가까이 무력도발을 하지 않은 가운데, 각국의 정상 외교 과정에서 나오는 대북 해법 등의 메시지에 따라 국면 전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초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다. 5~7일 일본, 7~8일 한국, 8~10일 중국을 방문해 각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11일과 12일에는 베트남 다낭에서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이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 개최도 추진되고 있다.

이번 일련의 외교 행사 핵심 의제이자 최대 이슈로는 북핵과 관련된 한반도 안보 문제가 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북핵 해법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는데 일단 강도 높은 대북 압박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하는 표현의 수위다.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며 대북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과 같이 북한의 체제 붕괴와 김정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으로 북한을 자극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방한을 일주일 남짓 앞둔 이날까지는 전망이 그리 어둡지는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무장지대(DMZ) 방문 여부를 두고 "여러분은 깜짝 놀랄 것"이라며 대북 압박 발언을 계속하고 있지만 최근 측근들 사이에서는 외교적 해결에 여지를 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27일부터 이틀간 제49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취임 이후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도 방한 기간 이틀 내내 예상과는 달리 북한을 자극하는 언사를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북한이 지난달 15일 이후 한달 보름 이상 무력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국면 전환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45일은 북한이 올해 들어 가장 오랫동안 도발을 하지 않은 기간이기도 하다.

또 김정은이 최근 평양화장품공장을 시찰하는 등 군사보다 경제 행보에 초점을 맞추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따른 내부결속 다기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 한국인 등 선원 10명이 탑승한 어선 흥진호를 북한이 나포 6일 만인 지난 27일 송환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물론 국제 정세와는 무관하게 추가 도발을 위한 기술적 준비가 아직 덜 됐기 때문에 도발 '휴지기'가 길어진 것뿐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이자 한반도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 중 하나는 미중 정상회담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최근 제19차 당대회에서 '시(習)황제'로 불릴 만큼 절대권력에 오른 것으로 평가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2기의 외교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 더 주목받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상회담 결과 미중 사이 협력기반 관계가 형성되면 중국의 대북 제재 강화로 북한을 대화로 유도하기가 용이해지지만 양국간 국익 충돌로 전략적 경쟁 구도가 더욱 격화되면 북핵을 풀기 더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11월 미중정상회담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미국이 중국을 더욱 압박하기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 경제 카드와 함께 대북 군사적 압박 강화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의미다.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는 뒤이어 있을 한중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정상회담 물밑 조율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만약 미중 정상회담이 순조롭지 못하면 북핵은 물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로 경색된 한중 관계를 복원하는 데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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