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 회원들이 1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동 앞에서 열린 '서울대 비학생조교 고용보장 사회적 약속 이행 및 문재인 정부 국립대 비정규 조교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약속한 가운데 대학의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37개 국립대에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非)학생조교'가 3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동조합은 16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지난해 8월 전국 37개 국립대학의 조교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전국 37개 국립대학에서 교무, 학사 등 일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조교는 총 3473명이다. 그중 학업을 병행하지 않고 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비학생조교는 3196명으로 전체 조교의 92%에 달한다. 나머지 8%(277명)는 학교를 다니며 교육과 연구, 학사업무 등 조교 업무를 병행하는 학생조교다.

비학생조교는 일반 교직원과 마찬가지로 생업에 종사하지만 '조교'라는 이름으로 신분상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재임용을 거듭하며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9년까지 근무한 후 학교를 나와야 한다.

서울대 비학생조교는 업무에 따라 최대 7년까지 일할 수 있다. 근무 기한이 교육·학사업무지원은 5년, 실험·실습업무지원은 7년이다.

다른 국립대의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한경대와 진주교대 비학생조교는 1번 임용에 3년씩 최대 6년까지 일할 수 있다. 부산대 비학생조교는 근무기간 제한은 없지만 1년마다 재임용심사를 거쳐야 한다. 안동대는 행정부서 근무 조교를 제외하고 1번 임용에 최대 4년6개월까지 근무할 수 있다.

고등교육법 14조에는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적용 예외 사유로 '조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포함하고 있다. 기간제법에 따르면 비정규직 직원이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각 대학들에서 비학생조교도 조교기 때문에 기간제법 예외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비학생조교가 2년이 넘게 근무해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학노조는 최근 법원 판례를 근거로 비학생조교도 기간제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맞서고 있다. 기간제법 예외 대상인 '조교'는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조교'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8월 광주고등법원에서는 7년간 계약을 갱신하며 전남대에서 행정업무에 전담하다 해고당한 비학생조교 박모씨의 해고가 무효라는 원심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대학노조는 비학생조교가 무기계약직 고용이 결정돼도 연봉이 대폭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학교 측과 임금 교섭과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비학생조교 130여명이 1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에서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약집을 통해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대학노조는 문 정부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공약한 만큼 비정규직 신분인 비학생조교의 고용보장을 촉구했다.

대학노조 관계자는 "전국 3000여명의 비학생조교 중 2년 이상 계속근무로 기간제법에 따라 고용이 보장돼야 할 조교만 약 2000명에 이른다"며 "하지만 대다수 당사자들이 기간제법 적용 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고용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불안해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에서 비학생조교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며 "문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공약한 만큼, 국립대학 비학생조교들의 고용보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뉴스1  hshan997@newsto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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