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역사상 가장 큰 폭의 세대교체다. 하지만 파격보다는 안정에 무게가 실린다”

31일 단행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 대한 내부 평가는 이렇게 요약된다. 3개 부문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동시에 교체된 사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2인자들이 부문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에서 ‘파격’보다는 ‘안정’에 방점이 찍힌다. 한마디로 겉모습은 파격이지만 속내는 안정이라는 평가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DS 부문장)에 이어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과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장, 이상훈 CFO까지 모두 동반 사퇴함에 따라 전자 계열사는 물론 금융과 물산 부문 CEO들도 대폭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용퇴를 결정한 CEO들이 모두 60세 이상인데다 ‘사장단 정년 60세’라는 불문율을 감안할 때 다른 사장단도 용퇴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 ‘용퇴’로 조직에 긴장감, 2인자 승진으로 혼란 최소화

이번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젊은피’ 수혈과 함께 조직에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와병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로 최근 3년간 사장단 인사는 최소화됐다. 또한 임원 인사도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 사장단의 용퇴로 인사에 숨통이 트이고 긴장감 또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관계자는 “예상보다 인사 폭이 커 직원들도 놀라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장단에서 물꼬를 터준 만큼 후속 임원 인사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이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는 희망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후임자를 놓고 보면 안정에 무게가 실린다. 신임 부문장 모두를 2인자가 차지하면서  역대급 세대교체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품)부문장 김기남 사장은 물론 CE(소비자 가전)부문장 김현석 사장, IM(IT·모바일) 부문장을 맡은 고동진 사장 모두 가장 유력한 차기 부문장이었다.

용퇴를 결정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왼쪽부터), 윤부근 CE부문장, 신종균 IM부문장, 이상훈 최고재무책임자.

◇ 삼성 계열사 사장단 대폭 물갈이 불가피

‘맏형’ 삼성전자의 세대교체는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60세 이상 CEO들이 동반 퇴진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현대 삼성 사장단 32명 가둔데 60세 이상인 사장단은 총 21명에 이른다. 평균 나이는 60.2세로 2014년 57.2세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그동안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경제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경우 최고경영자(CEO)가 젊은 편에 속했지만 인사가 지연되면서 LG나 SK 등에 비해 CEO들의 평균 연령이 높아졌다”며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세대교체 신호탄을 쏜 만큼 다른 계열사 역시 이런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 사장단 21명 가운데 60세 미만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9명에 그치고 있다. 금융 계열사의 경우 1명, 삼성물산을 포함한 나머지 계열사도 1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 인사의 첫 번째 원칙은 신상필벌이기 때문에 나이를 기준으로 인사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60세 이상이라고 해서 모두 교체될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지만 대폭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은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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