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

 한국과 중국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하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1년 넘게 이어진 갈등이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중 강대국의 패권경쟁 속에서 북핵이라는 시한폭탄을 머리에 이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면 언제든지 이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서 얻어야 할 교훈으로 ▲미중 패권 경쟁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판단 ▲ 경쟁력 있는 외교력을 바탕으로 한 한미, 한중간 소통 강화 ▲남북관계 회복 ▲중국 의존성 낮추기 등을 제시했다.

1일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사드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국제정치의 구도가 미중 경쟁 구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라며 "미중간 경쟁이 앞으로 더 가시화되면 이같은 일도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집권 2기를 시작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형 국제관계'를 표방하며 동아시아 등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면 미국의 대(對)아시아전략과 맞물려 북핵 문제뿐 아니라 무역 등 경제 부문에서도 같은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정부가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하면서 밝힌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불참, 사드 추가 도입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차단 등 이른바 '3노(NO)' 원칙을 두고는 벌써 한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사드 추가 배치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같은 피해를 반복하지 않느냐의 여부는 외교력에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신상진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반도 안보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의 입김도 중요한데 지난 사드 배치 과정을 돌아보면 중국의 뒤통수를 쳤다고 생각할 만한 행동들이 있었다"며 "한중간 전략적 소통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사드 배치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사드배치 결정을 발표한 점, 또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필리핀의 승소를 결정한 다음 날 이를 발표해 중국 외교의 대참패를 안겨주었다는 점 등 외교력이 미흡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도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 쪽을 택하든 다른 쪽에서 압박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이를 피하거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견디면서 외교력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관계 복원도 한국 외교 입지를 넓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김 교수는 "미중 사이 겪는 외교적 어려움의 상당 부분은 북한 핵위협으로 인해 발생했다"며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리고 해빙기로 돌아서면 적어도 사드 같은 문제는 화두에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중 의존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소 부원장은 "합의문에 사드 보복에 대한 재발 방지 약속이 없다"며 "중국인 관광객이나 대중 투자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변화 전략을 계속 가져가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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