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오른쪽)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7.11.2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현금을 별도로 관리하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영장 발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체포된 이들은 이날 오후 2시쯤 호송줄에 묶인 상태로 법원에 도착했다.

오후 3시 시작된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심사는 예상보다 긴 2시간여 넘게 진행 중이다. 이 전 비서관 측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며 자신의 뇌물 혐의를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심사가 마치는대로 이어 안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심사가 진행된다.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만큼 영장심사 역시 늦어지며 이들에 대한 구속여부는 3일 새벽에야 결정될 전망이다.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문고리 3인방'은 모두 수감자 신세가 된다.

이들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여러 불법 행위에 연루된 의혹을 받았으나 '국정농단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만 불구속 기소됐었다. 나머지 한 명인 정호성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전날(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 혐의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 재직 중 국정원으로부터 번갈아가며 매달 1억원씩 총 40억원 가량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특수활동비 수수 사실을 시인했다.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의 예산과 인사를 총괄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은 검찰 조사에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의 요청에 따라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측은 현금 5만원권으로 1억원을 007가방에 넣어 직접 이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지난해 초 청와대가 4·13 총선을 앞두고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을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5억원을 받아 정산하는 과정에도 이 전 비서관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안 전 비서관은 정기적 상납 외에 개인적으로 요구해 1500만원 가량의 국정원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관련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안 전 비서관은 지난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둘러싼 의혹이 일자 국정원에 연락해 상납을 중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같은 상납이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지난달 31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남재준 전 원장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이병기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이병호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정원장으로 재직했다.

검찰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한 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을 피의자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조 전 수석도 국정원으로부터 매월 500만원의 특별활동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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