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오른쪽)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7.11.2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진술이 나오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 자금이 문고리 3인방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에게까지 건네진 것으로 드러나 박 전 대통령이 또 한 번 검찰의 칼끝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그는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을 금고에 관리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역시 최근 조사에서 국정원 돈을 정기적으로 받은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이 청와대 재직 시절 5만원짜리 현금으로 매월 1억원씩을 국정원 측으로부터 받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돈은 국정원 예산 등을 총괄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납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계속됐다.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이와 별개로 국정원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돈을 받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라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만큼 수사는 박근혜정부 청와대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검찰은 이들 비서관을 상대로 그동안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경위와 사용처 등을 집중 추궁해왔다. 특수활동비가 '윗선'에 전달됐는지 여부도 중점 조사 대상이었다.

검찰은 앞서 국정원이 국가 예산인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한 만큼, 이들 비서관에게만 돈이 전달되는 선에서 그치지 않았을 것으로 의심해왔다.

박근혜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이 조직적으로 자금을 건넸고, 이들 비서관은 자금을 전달하는 중간책 역할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앞서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 중 매달 500만원씩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조 전 장관 후임이었던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역시 상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전달책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이었다.

여기에 청와대가 지난해 초, 4·13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 지원' 목적으로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 5억원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아 정산한 것으로 드러난 상태다.

해당 여론조사는 정무수석실 주도로 이뤄졌는데 이를 의뢰할 때 정무수석은 현 전 수석, 여론조사 업체에 돈을 지불한 지난해 8월 당시 정무수석은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당시 정무비서관이었던 신동철 전 비서관은 실무를 전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비서관 역시 특수활동비를 정무수석에게 전달하면서 일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가 소위 '십상시'로 불린 박 전 대통령 측근 중 한명이라는 점에서 국정원 자금이 십상시에게도 흘러갔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국고손실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의 구속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또는 3일 새벽 결정될 전망이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오후 3시 열렸다. 

검찰은 이들 비서관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조 전 장관 등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이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도 소환해 관련 의혹에 대해 캐묻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특수3부는 박근혜정부 화이트리스트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에 따라 화이트리스트 의혹 및 특수활동비 상납을 둘러싼 검찰 수사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불법 행위가 드러난다면 추가기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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