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부활 vs 고육지책"

삼성전자가 2일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한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TF에 대해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해체로 전자 계열사간 소통과 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소규모 미전실 또는 컨트롤타워의 부활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 사업지원 TF, 컨트롤타워 해석 왜?

TF를 컨트롤타워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정현호 사장이 수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복심’이라고 불리며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미전실 해체로 물러난 지 8개월 만에 복귀한 것 자체가 이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다.

정 사장은 과거 미전실에서 경영지원팀장과 인사지원팀장을 지냈다. 2개 팀장을 맡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계열사간 업무조정부터 사장단 인사까지 모든 것을 경험한 셈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 사장의 경우 경력을 보면 삼성 내부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며 "그만큼 이 부회장의 신임이 두텁기 때문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설 TF가 과거 미전실의 축소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팀 아닌 TF, 컨트롤타워 중책 맡기는 역부족

하지만 TF 신설을 컨트롤타워 ‘부활’로 보는 것은 다소 과도한 해석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말 그대로 계열사간 소통과 시너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조직일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과거 미전실처럼 인사나 경영진단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 계열사의 경우 공통된 업무가 많고 협업을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은데 미전실 해체로 사장단 내부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이를 반영해 신설한 것일 뿐 전자 계열사 전체를 관장하거나 하는 형태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채용의 경우 각 사별로 별도의 일정을 잡아 시험을 치르는 것보다는 전자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효과적이다. 채용 기간이 되면 각 사의 채용담당자들이 TF로 파견을 와 업무를 진행하고 채용이 끝나면 다시 각 사로 돌아가는 형태다.

계열사간 시너지 확대도 비슷한 구조다. 지금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각 사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가 중복되는 경우가 없다. 과거 미전실에서 업무 조정을 끝낸 덕분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지속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신성장동력은 각 사별로 미래가 걸린 사안이어서 보안을 철저히 유지할 수밖에 없다. 소통 채널이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삼성전자가 하려는 사업을 삼성디스플레이나 삼성SDI도 추진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TF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는 소통 창구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현실적으로도 TF가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과거 미전실은 8개팀에 200여명으로 구성됐다. 반면 이번 TF의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십명 수준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팀’ 조직이라면 인원이 100명을 훌쩍 넘는다. 20명 정도는 그룹으로 분류되고 이 그룹이 최소 2개 이상 있어야 팀으로 불린다. 신설 조직에 사업지원팀이 아니라 ‘사업지원 TF’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가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 수뇌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국민들의 오해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전실이나 컨트롤타워 같은 조직을 신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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