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왼쪽)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구속됐다.

박근혜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상납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를 받고 있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비서관이 결국 구속됐다.

그동안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망을 피해왔던 이들이 구속되면서 이후 검찰 수사의 칼날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장 등을 거쳐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의 구속영장에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일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3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그동안 일련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도 검찰과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망에서 벗어나 있던 '문고리 3인방'이 모두 수감자 신세가 됐다.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이 구속되면서 '박근혜 비자금 게이트'의 서막은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 재직 중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1억원가량씩 약 4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미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특수활동비 수수 사실을 시인했다. 

지난 정부에서 국정원의 예산과 인사를 총괄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등은 검찰 조사에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의 요청에 따라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측은 현금 5만원권으로 1억원 정도를 007가방에 넣어 직접 이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검찰은 지난해 초 청와대가 4·13 총선을 앞두고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비용을 국정원 특수활동비에서 5억원을 받아 정산하는 과정에도 이 전 비서관이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

안 전 비서관은 정기적 상납 외에 개인적으로 요구해 국정원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관련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이같은 상납이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지난달 31일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남재준 전 원장은 2013년 3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이병기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이병호 전 원장은 2015년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정원장으로 재직했다.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의 수사는 이들이 받은 특수활동비의 '최종목적지'를 향할 전망이다.

이들은 국정원에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사용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나고 안 전 비서관과 정 전 비서관 역시 '개인적으로 착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국정원 특활비의 최종목적지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하는 만큼 삼성 등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 뇌물수수의 공범으로도 수사를 받게 됐다. 향후 검찰 수사는 이들이 받은 돈의 사용처에 집중될 전망이다.
 

뉴스1  webmaster@newstour.kr

<저작권자 © 뉴스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