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대표자들이 6일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역사학계 블랙리스트, 엄정 수사 엄중 처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한국사학사학회, 한국사연구회 등 역사학계 53개 학회 및 연구소가 참여했다. 2017.11.6

역사학계 53개 학회가 박근혜 정권의 역사학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진상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민족운동사학회 등 53개 역사학회는 6일 오전 11시쯤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 강행 사태의 진상 조사 중 역사학계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던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의 '역사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공모 결과 검토' 문건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4월 역사분야 27개 연구과제 지원사업을 공모하면서 국정교과서에 반대한 연구자를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은 역사학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연구자를 차별함으로써 역사 연구자 내부를 분열시켰다"며 "이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 차별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11조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반헌법적 범죄"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블랙리스트는 정권에 비판적인 역사 연구자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연구를 차단한다"며 "연구자들이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자기 검열을 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연구성과를 만들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국민 60%가 반대했다"며 "국정교과서에 반대한 연구자들을 적대시한 것은 반국민적 도발"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도면회 대전대 역사학과 교수는 "과거에 정부의 역사 관련 사업 심사 평가에 들어가는 일이 많았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권 이후에는 그런 기회가 드물었다"며 "역사학계 블랙리스트가 완전히 밝혀지면 피해자가 수천명 이상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법종 우석대 역사학과 교수는 "블랙리스트로 인해 인문학의 위기 속에서 역사학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싹들이 무참히 짓밟혔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역사학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엄정 조사 △블랙리스트 작성 참여자 엄중 처벌 △학술 연구 지원 사업의 독립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연구재단이 진행 중인 '조선사 번역·해체 사업'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한국중세사학회는 "'조선사'는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에서 간행한 일종의 사료집"이라며 "조선사의 번역 사업에 20억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될만 한 학술적 가치가 있는 지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한국중세사학회에 따르면 조선사는 일제의 식민 통치에 부합하는 식민사관 역사 인식을 이식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사료집이다.

이들은 "사업의 주요 목적은 식민주의적 역사관의 문제점 파악과 현 세대의 새로운 역사관 인식의 필요성 제기"라고 하면서도 "실상은 고려왕조의 영토가 중국의 동북 3성과 러시아 연해주까지 뻗어 나갔다는 허황된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사업은 학술적 신뢰성이 빈약한 가설에 기반한 것"이라며 "한국연구재단이 사업을 지원한 이유 또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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