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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발생했는데 '함구령' 내려진 지질연…왜?경고이후 연구원들 의견개진도 '금지'…"기상청 승인받아야"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종합상황실에서 기상청 직원이 남재철 기상청장에게 여진과 관련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관측이래 두번째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국가 최고 지진·지질 전문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냉가슴'만 앓고 있다. 기상청 승인없이는 이번 지진에 대해 어떤 결과도 발표할 수 없어서다.

16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지질연은 전날 오후 2시29분쯤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에 대해 어떤 의견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진 발생 당일 지질연은 모든 연구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언론인터뷰나 의견을 내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지질연의 A박사는 "포항 지진에 대한 개인 의견은 있지만 기관차원에서 인터뷰를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국민 세금으로 일하고 있고,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하는 게 맞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질연의 B박사도 "이번 지진에 대해 기관차원에서 아직 공식적인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적 의견을 표현하기는 어렵다"며 전화인터뷰를 거절했다.

지난해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만 해도 연구원 분위기가 이처럼 경직되지 않았다. 연구원 내 박사들이 서로 각자의 지식을 바탕으로 지진 분석에 나섰고, 의견 개진도 적극적으로 했다. 연구원 차원에서도 지진 발생 당일 지진분석보고서를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당시 지질연의 빠른 정보 공유로 국민들은 신속한 정보 습득이 가능했다.

그러나 올 9월 발생한 북한 6차 핵실험 후 인공지진 분석결과를 발표한 다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기상청은 인공지진에 따른 2차지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공식발표했다. 지질연이 미리 2차지진을 파악하고 기상청에 내용을 전달했음에도 기상청은 이를 '단순한 이메일 보고'로 치부해 발생한 일이었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에 대한 신뢰 훼손'을 이유로 기상청과 지질연 모두에 엄중 경고조치를 내렸다. 이때부터 지질연 박사들은 입을 굳게 다물어 버렸다.

물론 우리나라 현행법에는 지진이나 지진해일, 화산 등에 대한 관측과 경보는 기상청장 외에 다른 기관이나 전문가들이 관측결과와 특보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지질연은 기상청장 승인을 받아야 지진에 대한 연구·분석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지진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연구기관에서 지진이 발생했는데 경고와 법 때문에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에 대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질연이 입을 다물어버리면서 포항 지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같은 문제를 없애기 위해 지난 10월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이 국방, 학문, 연구의 목적에 해당할 경우 기상청장 승인없이도 그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지진관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당시 신 의원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상청과 지질연에 의해 분석된 지진 정보가 홈페이지 등에 공개돼 지진을 연구하는 교수, 연구자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언제든 지진 정보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지질연 연구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한 연구원은 "법적으로 기상청의 승인이 없으면 발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한 후 연구진들에게 인터뷰를 자제해달라 했다"면서 "지질연도 가능한 빨리 연구와 분석을 끝낸 후, 빠르면 16일 오후에 기상청 승인을 받아 브리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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