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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이재용 위상강화도 청탁대상"…재판부 "개념 모호"이재용 항소심 '경영권승계, 부정청탁 대상인가' 공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뇌물공여 등 항소심 5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11.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대통령이 힘을 써야 하는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지는 이재용 항소심의 중요한 축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승계가 매우 다급했고 대통령의 은밀한 도움이 필요했다는 논리구조 위에 부정한 청탁과 뇌물이라는 주장을 쌓아올렸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부친의 뒤를 잇는 경영권 승계가 왜 대통령에게 청탁해야 하는 문제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탁이 필요한 '승계작업'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특검이 만들어낸 '가공의 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미 충분한 지분을 확보, 승계가 완성됐으며 회장 취임만이 남았기에 특검이 말하는 '승계작업'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제 자체가 억측이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이라는 특검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명시적 청탁은 없었지만 개별현안을 포괄하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해 양측 모두에 여지를 남겼다.

이 쟁점을 두고 지난 16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는 두 차례 격론이 벌어졌다.

특검이 제출한 답변서 내용이 발단이 됐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의 '위상 강화'도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며 삼성의 바이오사업 상장 등은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 입증을 통한 위상강화를 위해 추진하던 현안이라고 주장했다. 특검은 "공소장에 기재한 '승계작업' 이외의 승계과정에서 후계자로서의 위상 강화 등 현안도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답변서를 통해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는 피고인들이 '대통령에 대한 청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청탁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피고인들이 해결해야 하는 각종 현안들 가운데 대통령이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개별 현안들"이라고 적시했다. 삼성 측은 "오락가락하는 의미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재판부는 "개념이 모호하다"고 난감한 기색을 표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가능하면 다음기일 전까지 승계작업 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청탁의 대상이라는 것인지 아닌지, 특검이 청탁 대상이라고 본 경영권 승계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명확히 해서 제출해 달라"고 특검 측에 요청했다. 이 부회장이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 자체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라는 것인지 개념을 분명히 구별하라는 것이었다. 경영권 승계의 의미는 이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회장 수준의 지분과 지배력을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검이 만든 '승계작업'이란 용어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이나 지분 확보 등 각종 인위적인 활동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특검이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명확한 쟁점정리는 이뤄지지 못했다.

답변서를 받아본 재판부가 "특검의 답변 취지가 경영권승계 자체도 이 사건의 청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고 승계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지배구조 개편작업 뿐 아니라 이재용의 위상강화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냐"라고 질문하자 양재식 특검보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에 삼성 측 변호인은 "여전히 의미가 불분명하며 답변서를 읽으면서도 특검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며 재판부가 다시 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정형식 부장판사는 수차례 난감한 웃음을 지으며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좀 그렇다"며 "뉘앙스는 아시겠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계라는 것이 상속으로 이뤄지는 개념이라면 그 자체는 청탁대상이나 뭐도 안 되는 것인데, 삼성그룹 안에서의 '위상강화'라는 의미도 포함하는 경영권승계다 라는 취지로 이해했다"며 "하여튼 삼성 입장도 알겠고 그 정도로 하고 넘어가자"고 공방을 끊었다.

오후 재판에서까지 논란이 된 부분은 특검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및 투자유치, 환경규제 관련 지원 추진이 이 부회장의 위상강화를 위한 현안이었다고 주장한 대목이다. 2016년 2월 이른바 '3차 독대'에서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 청탁을 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특검 측은 "후계자의 위상강화와 관련한 현안으로 청탁 사실이 확인된 것은 바이오사업 현안만 확인되었다"며 "향후 공판과정에서 추가 확인되는 위상강화 현안이 있으면 공소장변경을 통해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 측 변호인은 "이재용의 위상강화를 위한 현안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인지 불명확하고 특검의 취지를 알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부장판사는 "개념자체가 모호해서 그렇긴 하다"며 "일반적인 의미에서 승계를 도와 달라 이런 취지까지 확장되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 일단은 공소장에 기재된 대로 개별현안으로 정리된 것에 맞춰서 삼성 측은 의견서를 작성하라"고 정리했다.

특검이 청탁이라고 주장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바이오 관련 현안은 1심 재판부가 청탁이 없었다고 판단한 바있다.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와 바이오 사업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삼성의 바이오계열사 성장이 이재용이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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