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출신 프랑스 작가인 밀란 쿤데라(88)의 소설 '웃음과 망각의 책'이 쓰인지 39년만에 체코에서 정식출간되었다. 1975년 쿤데라가 프랑스로 망명한 지 3년 후에 완성한 이 작품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에트 체제에 저항하고 있는 체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프라하라디오 등의 현지 매체와 동유럽 전문 영국 인터넷 잡지 캘버트저널에 따르면 체코 브륀 지역 출판사인 아틀란티스가 이달 초 '웃음과 망각의 책'을 출간했다. 쿤데라는 젊은 시절 열렬한 공산주의자였지만 1963년 이후부터 체코 민주화운동인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운동'을 주도했다. 그런 이유로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직되고 그의 책들도 도서관에서 압수되며 금서가 되었다. 

1975년 프랑스로 망명한 작가는 1978년 '웃음과 망각의 책'의 집필을 마쳤고 프랑스에서는 1979년, 미국에서는 1980년에 책으로 출간했다. 하지만 체코에서는 정식 출간될 수가 없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체코 망명인들이 세운 출판사인 '68퍼블리셔스'가 1981년 캐나다에서 출간한 후 체코에 배포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89년 체코 민주화 후 그의 작품들은 금서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쿤데라는 1981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프랑스 작가'로 세웠다. 그는 자신을 '프랑스 작가', 그의 작품을 '프랑스 문학'으로 분류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초기작품들을 1985년에서 87년 사이 스스로 프랑스어로 번역해 프랑스어본을 '정본'으로 삼았으며 1990년대부터는 아예 프랑스어로 작품을 썼다. 그의 대표작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은 2006년에야 체코에서 출간되었다. 문학전문가들은 고령인데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매우 바쁜 쿤데라의 상황을 볼 때 프랑스어로 쓴 다른 작품들이 추후 번역되어 체코에서 출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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