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드 캐럴 유엔사 공보실장이 22일 서울 국방부에서 JSA 북한군 귀순 관련 유엔사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3일 북한군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하는 병사를 추격하다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2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북한군 병사를 쫓던 북한군 4명 중 1명이 순간적으로 MDL을 넘었고, 또 북한군이 MDL 너머로 이미 남쪽에 있는 귀순병사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등 정전협정을 위반했다.

유엔사는 이날 판문점에서 육성을 통해 이 사실을 북한군에 통보했다. 또 이 사건 관련 논의와 향후 정전협정 위반 방지를 위한 대책수립을 위해 북측에 회의를 요청했다.

통상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사안이 확인되면 북한에 항의통지문을 보내거나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 장성급 회담을 통해 항의하지만 남북간 연락 채널이 모두 끊겨 확성기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은 유엔사가 통보하는 장면을 촬영해 갔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사 조사 결론을 인정하거나 회의에 응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은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 직후에도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자는 유엔사의 제안을 거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서 병사가 넘어온 것이 명백한 데 이것이 이슈화되면 북한 정권에 부담"이라며 "최대한 알려지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은 이미 정전협정이 무효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이번 일을 확대하기보다 묵살하거나 에둘러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면을 바꿀 만큼의 변수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데 이어 이날 북한의 해상무역을 봉쇄하는 내용의 새 독자제재도 발표하는 등 대북 압박·제재 고삐를 바짝 죄는 분위기와 맞물려 이번 사건이 한반도 긴장 수위를 한층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 13일 이후 이날까지 북한군 귀순 관련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등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보려던 정부는 이번 일로 다소 난처한 입장이 됐다.

북한이 60일 이상 무력도발을 중단하면서 국면 전환 기대감이 나오던 찰나에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과 추가 독자 제재에 이어 정전협정 위반까지 더해져 경색된 남북관계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북한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 취약계층 지원 등 정부의 대북 정책 동력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도 매우 중요해 정부는 이번 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만큼 강하게 (항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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