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에서 열린 수험생 학부모 피정미사에서 신도들이 기도하고 있다.

수험생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문제를 풀고 있는 '수능날' 오전, 자녀들을 결전의 장으로 보낸 부모들도 애타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상 초유의 '연기 수능'이 치러진 23일 오전 수험생 자녀와 함께 시험장을 찾은 부모들은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대신 간곡한 마음으로 두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서울에 있는 기숙학교를 다니는 아들을 응원하기 위해 충남에서 종로구의 동성고등학교를 찾은 최모씨(49·여)는 시험장 문이 닫히고도 정문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아들에게 도시락을 싸주기 위해 서울에 호텔방까지 잡은 최씨는 수능이 연기된 탓에 "일주일 새 두 번씩이나 서울 구경을 하게 됐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최씨는 "아들이 3년간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잘해야 하는데 결과는 잘 모르겠다"며 "한번만 시험을 보는 수능제도 때문에 (아이가) 아침에 밥 먹을 때도 시험 중 갑자기 화장실 갈 것을 대비해 물마시는 것도 조절도 했다. 12년간 준비한 노력이 하루에 결정된다는 게 아이들에게 참 힘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자녀들을 시험장으로 보낸 부모들은 간절한 마음에 종교시설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이날 서울 곳곳의 사찰, 교회, 성당에서는 수험생 부모들을 위한 행사들이 줄지어 진행됐다.

이날 오전 종로구 조계사에서는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참여한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도회'가 진행됐다. 대웅전 안에 마련된 450여개의 좌석이 가득 차 일부 학부모들은 대웅전 밖에서 합장을 하고 기도를 올렸다.

수험생 외손자를 둔 김순일씨(80·여)는 "딸과 함께 왔는데 수능이 끝날때까지 계속 같이 기도할 생각"이라며 "긴장해서 실수하지 않고 공부했던대로만 잘 볼수 있게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탑돌이를 하며 기도를 올리던 임영매씨(69·여)는 대학을 1학기 다니고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생' 손자를 위해 지난 16일부터 매일 조계사를 방문해 기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씨는 "손주가 지금도 좋은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더 좋은 학교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서울 명동대성당은 2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험생을 위한 학부모 하루 피정'을 진행했다. 피정 동안 학부모들은 묵주기도, 미사, 성체조배, 자녀에게 편지쓰기 일정 등에 참여하게 된다.

오전 10시 시작된 미사에는 학부모 80여명이 참석해 자녀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다. 미사를 진행한 신부는 학부모들이 적어낸 수험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축복했다.

이날 명동성당을 찾은 김모씨(48·여)는 "아이가 세상으로 향하는 첫관문인데 하느님이 함께해 주시기를 기도했다"라며 "아이가 농담처럼 '수능 만점 맞고 오겠다' '1개만 틀리겠다'고 했다. 지진으로 수능이 미뤄졌는데도 생각보다 편안하게 시험을 보러 가서 다행인 것 같다"고 밝혔다.

명동성당 관계자는"이번 피정에 100여분의 부모님이 참석하기로 했는데 지진으로 인해 연기되면서 참석하신 분이 조금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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