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22일) 부당노동행위 혐의와 관련해 MBC 본사 등을 압수수색 한 검찰이 "사측과 사전 현장 협의 후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언론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서부지검은 23일 입장자료를 통해 "복수의 변호인이 참관한 가운데 별다른 충돌 없이 압수수색이 진행됐다"며 이렇게 밝혔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영기)는 전날 수사관 20여명을 투입해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사장실과 경영국, 일부 경영진의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은 전날 오전 9시쯤부터 이날 오전 1시30분쯤까지 약 16시간30분에 걸쳐 이뤄졌다. 서부지검은 "사건 관련 자료만 선별 추출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돼 전체적으로 압수수색 시간이 다소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은 관련자들에게 참여기회를 보장했고 사건 수사에 꼭 필요한 조직개편, 인사자료에 국한해 선별적으로 압수수색 했다"며 "앞으로도 이 사건이 언론사 관련 사건이라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서부지검은 전날에도 "전보조치의 근거가 되는 조직개편과 인사자료를 살펴보지 않고는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언론사라는 점을 감안해 일부 조직개편 인사조치와 관련된 필요 최소한의 범위로 국한해 신중하게 강제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처럼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경위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선 것은 '언론사 특성상 압수수색에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날 검찰의 MBC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정부에 언론의 공권력 감시 및 비판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판적인 제보를 한 취재원 등 관련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언론사 강제수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30일 이명박정부 국정원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과 관련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성명을 내고 "압수수색은 비정상적인 정권의 비정상적인 언론탄압"이라며 반발했다.

과거 검찰이 2003년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향응을 받은 의혹을 보도한 SBS나 2009년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시도했을 때는 언론사 구성원들이 저지해 무산된 바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원본영상을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이어서 '부당노동행위' 수사를 위한 인사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 하는 이번 경우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28일 김장겸 전 사장과 김재철·안광한 전 사장, 백종문 전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박용국 미술부장 등 MBC 전·현직 간부 6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피해자인 MBC 기자·PD, 인사발령의 중간 연결과정에 있는 국장급 간부 등 70여명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아직 김 전 사장 등 피의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김 전 사장 등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노조원 부당전보를 통한 불이익 처분 △노조탈퇴 종용 및 육아휴직 조합원 로비 출입저지 등을 통한 노조 지배개입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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