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6)이 국정원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유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는 자신의 아내를 위해 국정원 소유 건물의 한 층을 호화롭게 꾸미는 데 특활비를 사용했다는 정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서울 도곡동에 있는 한 빌딩 최상층의 인테리어 비용으로 특활비 약 10억원을 사용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빌딩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입주해 있는 건물로 국정원이 소유하고 있다. 문제는 실내장식을 새롭게 꾸민 최상층을 원 전 원장의 아내 이모씨가 친목모임 장소로 활용하는 등 사적으로 썼다는 데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관이 나오는 국정원장이 아내를 위해 거액의 특활비를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면 횡령 또는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해 이같은 정황에 대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인테리어가 완료됐던 해당 층은 2011년 8월 이후 원상태로 돌아갔다. 당시 언론이 원 전 원장이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 내 관저 대신 이곳을 개조해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개조공사는 했다"면서도 "보안을 위해 국정원장의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밝혀 '거주'는 아니더라도 원 전 원장이 해당 안가를 이용한 사실이 있음은 간접 시인했었다.

검찰은 전날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 특활비 200만 달러(약 20억원)를 송금한 정황을 파악하고, 원 전 원장이 수감돼 있는 구치소 방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11년 말~2012년 초 안보전략연구원을 창구로 돈이 송금된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3월 퇴임하면서 이 대학 객원연구원으로 갈 것이 예정돼 있었지만 '대선 댓글 개입' 수사가 시작되면서 실제로 가지는 못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미국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특활비를 유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원 전 원장 부부는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1  webmaster@newstour.kr

<저작권자 © 뉴스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