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찬 용산경찰서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2년 경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찬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4일 검찰에 재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2시 김 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28일에 소환된지 7일만에 재소환이다.

김 서장은 18대 대선을 3일 앞둔 2012년 12월16일 오후 11시 '국정원 댓글 개입 의혹사건'에 대한 서울 수서경찰서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서장은 댓글 사건의 핵심 수사정보를 국정원에 건넸다는 의혹도 있다.

김 서장은 경찰의 댓글 수사가 진행되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으로 있으면서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의 댓글 공작과 관련한 디지털분석 업무를 맡았다.

검찰은 당시 서울경찰청을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 안모씨와 김 서장이 45차례 연락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모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안씨는 2013년 11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서장과 통화하며 메모장 텍스트파일이 발견됐다는 등 수사상황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안씨는 최근 검찰에서 이같은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최근 수차례의 검찰 조사에서 당시 김 서장과 통화하며 수사상황을 들었고, 김 서장이 수사 과정에서 무언가 나왔다면서 '우리가 다 알아서 분석범위를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서장은 지난달 28일 첫번째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또 당시 검찰 출석에 앞서 경찰 내부망에 "언론에 언급된 것과 달리 당시 국정원 연락관 안씨에게 국정원 여직원의 아이디, 닉네임 등이 기재된 메모장 파일의 발견 사실 등 수사상황을 알려준 적이 전혀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서장은 "2013년 11월7일 안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서 '김 서장과 통화하면서 수사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을 했다"며 "당시 재판에서 수사기밀을 유출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돼 충분히 다퉈졌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김 서장이 수사기밀을 유출하고 수사 축소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김 서장을 상대로 수사 과정에서 축소·은폐 지시 경위와 수사정보를 국정원 측에 넘겼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결과를 토대로 김 서장의 신병처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수서경찰서는 기습 발표를 통해 국정원 직원들이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 활동을 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경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시점은 대선후보 TV토론이 끝난 직후로 경찰 발표가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었다.

뉴스1  webmaster@newstour.kr

<저작권자 © 뉴스투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