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시계' 보도경위 진상조사위원회 제공)

지난 2009년 국정원이 '박연차게이트' 검찰 수사에 개입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내용을 언론에 흘리라고 사주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인 가운데 자체조사에 나섰던 진상조사위가 "국정원 개입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배후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취지의 결과 보고서를 내놨다.

김동준 사단법인 공공미디어연구소장, 이희영 변호사(SBS 시청자위원), 심영구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논두렁 시계' 보도경위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4일 오후 2시 34일 동안 이어진 자체 조사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2009년 5월13일 '논두렁 시계' 보도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 등 보도라인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가정보원의 개입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총 책임자였던 하금열 전 SBS 사장과 최금락 전 SBS 보도국장이 조사를 거부하는 등 국정원 개입 가능성까지는 들여다볼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보도기사를 작성했던 이 모 SBS 기자를 비롯해 당시 SBS의 보도본부장, 법조팀장, 사회2부장 등 내부 인물과 노무현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했던 유시민 작가, 3개 언론사 기자 등을 상대로 전방위 조사를 벌였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2009년 5월 SBS 법조팀 소속이었던 이 기자는 취재원이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관계자와 면담을 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시계를) 집사람이 갖고 있다가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한다"는 진술을 듣고 이른바 '논두렁 시계' 기사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이 기자는 "대검 중수부 관계자 외에는 취재원이 없었다"며 "만약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진술을 들었다면 보도본부 보도정보시스템 취재정보에 '국정원 관계자'를 적시했을 것"이라며 국정원 개입 사실을 부인했다는 것이 진상조사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진상조사위는 "2009년 4월부터 5월까지 최 전 보도국장과 하 전 사장을 방문한 인사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인사는 각 3명, 16명"이라며 "이 중 국정원 관계자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의혹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진상조사위는 "하 전 사장과 최 전 보도국장이 진상조사위의 조사 자체를 거부했다"며 "국정원 직원들이 SBS 사장이나 보도 책임자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했거나 보도 요청을 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조사 과정의 한계를 짚었다.

당시 SBS 보도에 언급됐던 '논두렁'이라는 표현에 대한 정확한 출처도 밝혀지지 않았다. 진상조사위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시계를 받아서 버렸다'고 진술한 사실은 국정원 개혁위나 측근, 검찰 등을 통해 확인됐다"면서도 "논두렁 표현은 단지 이 기자가 '검찰 관계자에게 들었다'고 말한 진술 외에는 출처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진상조사위는 "취재 및 보도 관계자 조사를 중심으로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의혹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다"면서도 "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핵심 관계자의 조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은 한계"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 전 사장이나 최 전 보도국장이 조사를 거부했고 당시 검찰 수사의 총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도 '심증'만 제시했을 뿐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며 불완전한 진상조사에 대해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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